숨진 산불진화 헬기조종사 유족 “어려운 사람 돕는 고인뜻 따를것”
장례후 조의금 울산시에 기부… 울산시, 명예시민증 수여하기로
지난달 23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의 한 아파트. 고 최성호 씨(47)의 유가족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이들은 3시간 동안 의견을 모았고 “고인이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며 장례식에서 받은 조의금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부인 이윤경 씨(42)와 어머니(82)도 기꺼이 동의했다. 헬기 조종사였던 최 씨는 지난달 19일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다 헬기가 추락해 숨졌다. 당시 울산시는 화재 진압을 위해 민간 헬기를 빌렸고 최 씨가 조종한 헬기는 저수지에서 물을 담아 진화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부인 이 씨는 지난달 27일 울산시청을 방문해 조의금 1500만 원을 재난기금으로 써 달라며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전달했다. 기부금을 받은 송 시장은 이 씨에게 추모패를 전달했다. 울산시는 6일 최 씨에게 명예시민증을 주기로 했다. 울산에서 재난 구호를 하다 숨진 사람에게 수여되는 첫 명예시민증이다.
이 씨는 “소방관들이 (실종된 남편을) 저수지에서 수색할 때 헌신적인 모습이었다. 행여 유족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너무나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당시 수색 작업에는 소방관 160명이 참여했다. 이틀 동안 야간에도 작업했다. 이 씨는 “당초 조의금을 소방 관련 기관에 기부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이 많다며 이들을 돕는 게 더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 출신인 고인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20년 8개월 동안 전방 등에서 근무했다. 육군 소대장 임무를 마치고 육군항공학교에서 헬기 조종사 교육을 받았고 근무 기간 동안 1500시간의 운항 기록을 남겼다. 2015년 소령으로 전역한 뒤 2017년부터 민간 헬기 회사에서 조종사로 근무했다. 형 최재호 씨(49)는 “원칙을 지키는 군인이었다”며 동생을 떠올렸다. 고인은 설, 추석 등 명절에도 병사들을 챙기기 위해 부대 당직을 자청했다. 명절 기간에는 거의 귀향하지 않았다. 차량을 운전할 때도 교차로 등에서 항상 주변을 살피는 등 꼼꼼한 성격이었다. 민간 기업으로 옮긴 뒤에도 산불 진화에 투입되면 명절 연휴라도 고향을 찾지 못했다.
고인은 사고 당일 오전까지도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의 숙제를 챙기는 등 평소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이 씨는 “남편은 가족을 살피느라 여행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게 평생 꿈이었다”며 “아이들이 자라면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했던 아버지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