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세계화 이끈 1세대 디자이너 이리자씨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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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첫 발표회 후 각국서 패션쇼… 역대 대통령 부인들 한복도 디자인

한복의 패션화와 세계화를 이끈 1세대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본명 이은임·사진) 씨가 21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충남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바느질을 시작해 작은 한복집을 열었다. 1966년 이리자 한복연구소를 세웠고, 1970년 한국인의 체형을 보완해 주는 서양식 드레스와 같은 한복을 개발했다. 당시 한복은 일자로 허리에 주름을 잡은 항아리 모양의 디자인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밑단이 퍼지는 ‘A 라인’ 치마를 디자인했다. 한복 마네킹을 개발해 마네킹에 한복을 입혀 전시한 것의 시초도 그였다.

1975년 국내 최초로 한복 작품 발표회를 개최하며 ‘한복 디자이너’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1974∼1977년 미스유니버스대회 등 세계미인대회에서 최우수 민속 의상상을 수상하며 해외에도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미국, 일본, 영국, 인도네시아 등 각국에서 100회가 넘는 한복 패션쇼를 열었고 프랑스 파리 프레타 포르테 쇼에도 참가했다.

명성이 높아지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역대 대통령 부인들의 한복을 디자인했다. 대통령 부인이 입었던 한복 등을 2009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리자 한복 기증 특별전이 열렸다. 고인은 1996년 9월 한국 유일의 ‘한복 전시관’을 건립해 출생에서 임종까지 우리 전통 복식을 전시했다. 2002년 화관문화훈장과 신사임당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남편인 황윤주 전 상명대 교수, 장녀 황의숙 배화여대 교수, 장남 황의원 씨, 차남 황의명 씨가 있다.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조문을 받지 않고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복 디자이너#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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