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위기 청소년 ‘지킴이’ 22년… “다시 꿈꿀 기회 만들어주고 싶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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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제정, 제7회 ‘영예로운 제복賞’ 선정]
大賞 양성우 서울 은평경찰서 경위 “재촉하지 말고 천천히 길 알려줘야”
가출 청소년에 따뜻한 한끼… 3000명 넘게 만나 고민 함께 나눠

제7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서울 은평경찰서 양성우 경위(49·사진)가 선정됐다. 학교 밖 위기 청소년 구조와 보호에 22년째 헌신하고 있는 양 경위는 25일 “따돌림과 폭력 탓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많다. 아이들이 다시 꿈꿀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6년 순경 공채로 입문한 그는 “6남매였는데 누나들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중퇴했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누나들을 보며 늘 미안했다. 누나의 모습을 닮은 위기 청소년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을 받은 서울 은평경찰서 양성우 경위가 25일 오전 관내 아동센터 앞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올해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을 받은 서울 은평경찰서 양성우 경위가 25일 오전 관내 아동센터 앞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양 경위는 2013년부터 매일 학교 밖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닌다.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 청소년을 만났다. 평소 양 경위가 제복 대신 사복을 즐겨 입는 이유다. 그는 “어른에 대한 경계심이 큰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최대한 편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훈육보다는 대화를 통해 무엇이 고민인지 들어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 그는 가출 청소년을 사무실로 불러 함께 점심을 먹는다.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은 따뜻한 밥 한 끼를 같이 먹을 때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양 경위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지막에 조언한다. 그는 “실수로 길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 빨리 제자리로 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천천히 길을 알려주면 된다.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검정고시 준비를 돕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양 경위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 25명이 검정고시를 치렀다.

그는 가출 청소년을 위한 ‘은평 청소년 경찰학교’ 운영을 맡고 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덕분에 전국에서 가출 청소년이 찾아온다. 양 경위는 “이곳을 다녀간 청소년들이 다른 친구를 데리고 온다. 인성교육을 받으며 다른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양 경위를 한 번이라도 만난 아이들은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도 부모가 아닌 양 경위부터 찾는다. 따돌림 탓에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던 한 여고생도 마지막 순간 그에게 연락했다. ‘자살하러 간다’는 문자를 받고 양 경위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나한테 연락해준 게 고마웠다. 내가 아이를 살린 게 아니라 학생이 나를 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양 경위는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혹시 거리에서 위기 청소년을 보더라도 비난하거나 피하지 말아 주세요. 그저 약간의 관심이 필요한, 내 딸과 아들의 친구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영예로운 제복상#양성우#청소년#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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