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대 한국선박해양 초대 사장이 올해 추진할 핵심 계획들을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올 한 해는 현대상선 정상화에 올인(다걸기)할 겁니다. 다른 것은 생각할 틈도, 여력도 없고요.”
나성대 한국선박해양 초대 사장(59)은 7일 “가장 큰 관심거리는 현대상선 정상화”라며 이렇게 말했다. 선박해양은 국내 해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지원, 국내 해운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말 설립됐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모두 1조 원의 자본금을 마련했고, 해운사의 선박을 시장가격에 사들여 싼값에 다시 빌려주는 일을 주로 한다. 따라서 사실상 국내 유일의 대형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에 온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심사평가부문장(부행장)으로 재직하던 나 사장은 공모 절차를 거쳐 지난달 24일 초대 사장에 선임됐다. 과거 한국정책금융공사(정금공)에서 선박 관련 여신심사를 맡는 등 해운과 금융을 두루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05년 한국투자공사, 2009년 정금공을 세울 때 창립 준비 멤버로 참여했고 선박 관련 여신심사도 계속 맡아왔지요. 이런 이력 덕분에 이 일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선박해양은 당장 올해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 12척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 중 오래된 2척은 폐선 처리하고 10척은 다시 빌려줄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대상선은 선박 매각 비용을 받고, 용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인수 등의 과정을 거치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는 한층 나아질 수 있다.
선박해양이 이처럼 현대상선 정상화에 집중하는 것은 대한민국 해운업의 존폐가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현대상선은 대안이 없는 유일의 대형 국적선사로 남았다.
선박해양의 본사는 부산 국제금융센터에 마련한다. 사무실에 입주할 3월 중순까지는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의 공간을 일부 빌려 쓰고 있다. 그는 “부산에 가기 전에 모든 밑그림을 그려놔야 한다는 생각에 회계법인의 의견서를 검토하는 등 숨 돌릴 틈도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 한진해운 사태 이후 실의에 빠진 부산지역 주민들은 선박해양의 활동에 더욱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운업황이 살아나는 데에는 2, 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조급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 사장은 “선박해양은 현대상선 정상화를 통해 해운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믿고 지켜봐 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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