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교향악단 ‘한빛예술단’ 공개오디션에 참가자들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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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캄캄한 앞길 밝혀줄 빛”

4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빛맹학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한빛예술단’ 단원 공개모집 오디션에 참여한 시각장애 1급 김동원 씨가 악기 마림바로 연주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빛맹학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한빛예술단’ 단원 공개모집 오디션에 참여한 시각장애 1급 김동원 씨가 악기 마림바로 연주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시각장애인은 학교를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한빛예술단에 들어가면 직업 연주자의 길을 걸을 수 있어요.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4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빛맹학교 대강당에서 중증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교향악단인 ‘한빛예술단’이 단원을 모집하는 공개 오디션을 열었다. 이날 오디션에는 총 42명의 시각장애인이 몰렸다.

교향악단의 정식 단원 30명 안에 들면 한 달에 150만 원을 받는 어엿한 직업 연주자로서 무대에 설 수 있다. 이날 오디션 대기실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연주복 차림을 갖추고 대기실 의자에 앉은 시각장애인들은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모두 눈을 감은 채 함께 온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도우미의 안내를 받아 차례로 한 명씩 무대에 오른 이들은 각각 준비한 성악과 타악기, 현악기 등을 공연했다. 자기소개를 할 땐 상당수가 면접관에게 인사할 방향과 초점을 맞추지 못해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주할 때만큼은 더없이 진지한 표정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플루트 연주자로 참여한 김나영 씨(26)는 “연습 때는 긴장했지만 무대에 서고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은 나 자신을 잊은 것처럼 음악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1급 트롬본 연주자인 박진혁 씨(31)는 “악기 다루는 법부터 악보 외우기까지 서툴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무대에서 연주한 것만으로도 마음의 큰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6년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교향악단으로 시작한 한빛예술단의 공연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지난달 8일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지정됐다. 한빛예술단 김양수 단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직업적인 본보기라는 큰 의미도 있는 만큼 음악에 감동까지 담아 시민들에게 좋은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한빛예술단#공개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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