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세요… 입 모양 읽어 알아듣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청각장애인 첫 스타벅스 부점장 된 권순미 씨

스타벅스코리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부점장이 된 권순미 씨가 7일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코리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부점장이 된 권순미 씨가 7일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항상 웃는 건 쉽지 않죠. 하지만 웃으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매일 고객 수백 명을 맞는 커피전문점에 청각장애인 직원이 있다. 항상 미소를 짓고 있어 고객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스마일’로 꼽혔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수군거림에도 장애인 직원은 입사 4년이 지난 이달 1일 관리자인 부점장으로 승격했다. 스타벅스 서울 올림픽공원 남문점에 근무하는 권순미 씨(36·여) 얘기다.

권 씨는 보청기를 착용해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2급 청각장애인이다. 두 살 때 앓은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입사 이후에는 입술 모양으로 대화 내용을 파악하는 구화(口話)로 주문을 받았다. 그는 “커피 사이즈를 뜻하는 ‘쇼트(short)’와 ‘톨(tall)’은 입 모양으로 구별이 어렵다”며 “항상 컵을 보여주고 사이즈를 다시 한번 확인해도 틀린 주문이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였다. 들리지 않는 사람은 말하는 법도 따로 배워야 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를 외쳤다. 주위에서 “발음이 자연스럽다”고 인정할 때까지 연습했다. 권 씨는 “비장애인에겐 사소한 일도 장애인들은 모두 연습으로 극복해 나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소’에는 장애가 없었다. 웃는 모습에 반한 손님 중 한 명이 지금의 남편이 됐다. 권 씨는 “다른 직원보다 의사소통이 서툰 만큼 고객에게 더 웃으며 다가서려고 노력한다”며 “때로는 고객 얼굴을 너무 주시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에서 권 씨 같은 청각장애인 부점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씨는 필기시험과 인·적성 검사, 임원 면접을 거쳐 승진했다. 앞서 2월에는 스타벅스 내 커피전문가인 ‘커피마스터’ 자격도 땄다. 권 씨는 “말은 조금 어눌하지만 앞으로도 커피를 통해 고객이나 직원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스타벅스에는 장애인 142명이 근무하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스타벅스#청각장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