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세종의 마음 느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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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복간… 해설서-영문번역본도 함께 펴낸 한글학자 김슬옹 교수

김슬옹 교수가 5일 훈민정음 해례본 복원본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뒤편으로 세종대왕 동상이 보인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슬옹 교수가 5일 훈민정음 해례본 복원본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뒤편으로 세종대왕 동상이 보인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되살린 복간본이 광복 70주년인 올해 한글날을 앞두고 6일 출간됐다. 복간본의 발간에 맞춰 김슬옹 미국 워싱턴글로벌대 교수(53)가 해례본 해설서와 영문 번역본을 함께 냈다.

복간본은 광복 직후인 1946년과 1957년에 각각 나온 적이 있다. 이전 복간본이 사진으로 찍은 영인본인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현재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원본의 빛바랜 상태 등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냈다. 원본의 종이 질감은 물론이고 얼룩지거나 훼손된 부분까지 거의 똑같게 만들었다. 또 종이를 반으로 접어 앞뒤로 쓰는 ‘자루매기 편집’을 했고 원본처럼 4개의 구멍을 뚫어 노끈으로 묶는 4침 제본을 택했다. 복간본을 통해 해례본 원본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명확한 창제 원리와 문자를 조합해 표기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담고 있다. 해설서를 쓴 김 교수는 “해례본에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글을 익혀 문자를 쓸 수 있게 하려는 세종의 꿈이 담겼다. 어려운 한자에 의존했던 사대부 위주의 시대에 일반 백성들도 한글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해례본이야말로 민본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복간본을 기획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해례본 원본을 보관하고 있는 기관이다. 일제강점기에 문화재 수집가인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1년간 수소문한 끝에 기와집 수십 채 가격에 해당하는 1만 원을 주고 사들였다. 이어 한글학자를 비밀리에 불러 필사하게 한 뒤 언론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게 했다. 이 해례본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김 교수는 “한글의 우수성을 담은 해례본은 소장하고 해설서는 널리 읽어 많은 사람이 우리 문화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설서는 원로 국어학자인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에게 감수를 받아 철저한 고증을 거쳤고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서를 썼다”고 덧붙였다.

30여 년간 한글을 연구한 김 교수는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전문위원과 한글학회 연구위원,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 미국 워싱턴글로벌대 한국어과 주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이번에 3000부를 찍은 복간본과 해설서의 세트당 가격은 25만 원이다. 제작과 출간을 담당한 교보문고는 대중 보급판 출간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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