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이창래 “낯선 삶 느껴보려 새벽에 순댓국집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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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20년 재미작가 이창래씨 방한… ‘영원한 이방인’ 재출간 간담회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은 재미작가 이창래 씨가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영원한 이방인’ 재출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RHK 제공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은 재미작가 이창래 씨가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영원한 이방인’ 재출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RHK 제공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지혜로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문화 차이도 인생의 하나로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20년 전 소설 ‘영원한 이방인’으로 이민 2세의 소외를 그린 재미작가 이창래 씨(50)는 서리가 내린 자신의 머리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가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아 처녀작 ‘영원한 이방인’(영어제목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을 재출간하고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작가의 삶을 반영하듯 이 작품은 미국 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정체성 갈등을 겪는 한국인 2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95년 출간 당시 첫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펜 헤밍웨이 문학상’ 등 미국 내 주요 문학상들을 휩쓸었다. 20년 전 첫 작품을 다시 꺼내 읽을 때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이 작품이 다룬 소외감과 언어의 힘은 데뷔작가가 쓸 만한 소재”라며 “유행을 좇기보다 마음에 계속 울리는 것을 소재로 삼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미국에 거주하며 영어로 소설을 쓰지만 미국인 독자들이 저를 한국인으로 여긴다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며 모국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며칠 전 새벽에 혼자 종로의 순댓국집을 무작정 찾은 일화도 들려줬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택시운전사와 택배기사 아저씨들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먼 친척을 조금씩 알아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중견 작가로서 관심의 대상은 비단 한국에만 머물지는 않는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네 번째 작품 ‘생존자’와 다섯 번째 작품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이전 소설에 비해 넓은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으로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한국이 제 작품에서 빠질 순 없죠.”

이 씨는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연세대 석좌교수에 임용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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