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라 켈리 씨 “한국어요? 하숙집서 배웠어요”

  • 동아일보

성균관대 입학한 美 오드라 켈리 씨
“주한미군 출신 아빠덕에 늘 관심… 한국인의 情 알고싶어 도전”

두 번째 방한(訪韓). 열아홉 살이던 2013년 그는 고시생이 모여 산다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하숙집을 구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면 한국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돌아간 지 1년여 만에 다시 짐을 꾸려 돌아온 터였다. 신림동 하숙방에는 책상, 침대, 옷걸이가 전부. 화장실, 부엌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라는 미국 뉴욕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그에게는 낯선 환경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하숙집에서 본 대학생들은 시험공부 하느라 늘 조용했다”며 “각자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나에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그 후로 2년이 지났고 신림동 하숙집에서 공부하던 미국인 오드라 켈리 씨(21·여·사진)는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2015학번 새내기가 됐다. 2008년 학과가 생긴 이래 첫 미국인 학생이다.

입학 사흘째인 4일, 서울 캠퍼스에서 만난 켈리 씨는 “1991년 경기 의정부시에서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아버지(숀 켈리·44) 덕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군복무 시절 썼던 것이라며 아버지가 꺼낸 러브레터 맨 앞줄에는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등의 한국어가 쓰여 있었다. 아버지가 자주 강조하던 ‘한국인의 정’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해외 유학 기회를 얻은 그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한국을 선택했다.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한국에 금세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켈리 씨의 도전은 한국어를 익히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가 꿈인 그는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겠다는 생각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에 지원했다.

‘세계적인 CEO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글로벌 경영을 배우기 위해선 글로벌 시민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성공한 CEO가 돼 테드(TED)같은 강연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한 이의 성공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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