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활교육에 인생 건 ‘시한부 청년’

  • 동아일보

불치병 근이영양증 앓는 호종윤씨 소셜벤처 ‘다이브 어스’ 신설 눈앞

호종윤 씨는 근이영양증 환자다. 근육의 영양분이 빠져나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불치병이다. 호 대표는 지난달 30일 “다이브 어스를 통해 장애인도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만들고싶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호종윤 씨는 근이영양증 환자다. 근육의 영양분이 빠져나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불치병이다. 호 대표는 지난달 30일 “다이브 어스를 통해 장애인도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만들고싶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신체장애 4급 호종윤 씨(25)은 근이영양증 환자다. 온몸의 근육에서 영양분이 빠져나가 괴사하는 병. 손발 끝이 무뎌지기 시작해 점차 걸을 수 없게 되고, 20대 전후로 심장과 폐에도 마비가 와 결국 호흡마비로 사망한다. 호 씨는 무슨 이유에선지 상대적으로 병세 악화 속도가 느린 ‘행운’을 얻었다. 함께 재활치료를 받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죽고 장례식장을 지키는 일이 잦아졌지만 호 씨는 아직은 걸을 수 있다. 병원에서는 아직 걸을 수 있는 것마저도 기적이라고 했다.

호 씨는 ‘다이브 어스’라는 소셜 벤처 설립을 앞두고 있다. 장애인이 마음껏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사회 진출을 돕는 것이 목표다. 주변에서는 호 씨를 두고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이라고 말하지만 호 씨는 “다이브 어스만큼은 장애인들의 희망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호 씨는 지난달 다이브 어스는 시범사업 중 하나로 토크콘서트 ‘그들이 사는 세상’을 열었다. 사회 각계 장애 관련 연사들이 장애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강연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에 대한 간접적 체험을, 장애인에게는 용기를 주고 싶어 마련한 행사다.

호 씨는 “통계적으로 전 세계 10명 중 1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길거리에서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지식 나눔 행사인 테드(TED)처럼 그들이 사는 세상을 ‘장애 전문 테드’로 만드는 게 호 씨의 목표다. 이 밖에도 장애 청소년과 장애 대학생을 연결시켜 학습교육을 시켜주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호 씨는 사실 취업을 준비해 왔었다. 각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턴십과 지역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이력을 쌓았고 삼성전자 취업에도 성공했지만 호 씨는 다이브 어스 창업을 선택했다.

호 씨는 지금껏 한 시간 이상 걸어본 경험이 없다. 30분만 지나도 땀이 쏟아지고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악몽을 반복해 꾼다. 같은 병을 앓는 주변 친구들이 휠체어에 앉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볼 때면 불안감에 몸이 떨리기도 한다.

호 씨는 “중학교 때는 내 절뚝거리는 걸음을 보며 누군가 뒤에서 웃고 있을까봐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걸었고, 괴롭히고 놀리는 아이들을 상대로 힘겹게 싸워야 했다. 내가 가진 장애를 인정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이 고통을 다른 누군가가 또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호종윤#다이브 어스#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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