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친구에게 밥 얻어먹기 실험 순항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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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월간잉여’ 편집장 최서윤씨, 1년간 하루 두끼씩 ‘730 프로젝트’
온라인 관계 ‘오프’로 이어질지 주목 “벌써 40일… 식사이야기 책 낼것”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친구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730 프로젝트’를 시작한 최서윤 씨. 최서윤 씨 제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친구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730 프로젝트’를 시작한 최서윤 씨. 최서윤 씨 제공
40일 동안 밥값으로 한 푼도 쓰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매일 점심과 저녁 등 하루 2끼씩 수도권 일대를 다니며 ‘얻어먹는’ 중이다. 밥값을 내는 사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들. 1인 잡지 ‘월간잉여’ 편집장이자 발행인인 최서윤 씨(28·여) 이야기다. 최 씨는 내년 7월 31일까지 밥을 얻어먹는 게 목표다.

최 씨는 지난달 1일부터 하루 2끼씩 365일 동안 SNS 친구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730(365일×2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SNS 친구들의 도움으로 삶과 직결되는 ‘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SNS 관계가 온라인 속 가상의 관계에 불과한지, 아니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적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지 답을 찾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실험인 셈이다.

지난달 31일 최 씨를 만났다. 페이스북의 친구맺기를 통해 연락을 했고 밥도 기자가 샀다.

최 씨는 “SNS 친구 중 얼마만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실체가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페이스북 친구는 1400여 명. 2011년 말 처음 페이스북을 시작해 2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온라인에서 맺은 관계들이다. 오프라인 관계가 온라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도 상당수다.

최 씨는 실험 시작 이후 아직까지 점심, 저녁을 한 끼도 굶지 않았다. 취업준비생, 10년 넘게 직장을 다니다 최근 사표를 던진 백수, 독립영화 제작자, 그리고 연인은 아니지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썸남’(연인은 아니지만 호감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는 남자를 뜻하는 유행어)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 함께 밥을 먹었다. 집으로 초대를 받아 ‘집밥’을 먹기도 했고 비싼 음식으로 ‘대접’을 받기도 했다. 하루 중 한 끼는 처음 얼굴을 본 사람이었고 남녀 비율은 비슷했다. 밥 한 끼 같이 했다고 속 깊은 사이가 되긴 힘들지만 적어도 온라인 친구를 진짜 친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인 셈이다.

서로 나눈 이야기는 매번 다르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인생 계획을 공유하기도 한다. 아주 가끔은 밥만 씹는 침묵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최 씨는 “나와 같은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이 과정을 통해 내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 모든 식사를 엮어 일종의 ‘사람 여행기’를 쓸 계획이다. 만난 장소와 먹었던 음식, 나눴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다. 성공이든 실패든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계의 경계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는 시기는 1년을 채우거나 6끼를 연속해 밥을 굶는 상황에 놓일 경우다. 하루 이틀쯤 굶어도 최 씨는 SNS 친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버틸 작정이다. 실험을 시작한 지 40일째인 9일까지는 성공적이다. 밥을 먹기로 한 SNS 친구가 급한 일이 생겼을 때도 미리 가게에 들러 밥값을 내고 간 덕분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최 씨는 결혼 취업 등 나름의 이유로 고향 내려가기를 포기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최 씨의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최서윤#730 프로젝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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