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창업 그레이엄 가문과 81년만에 결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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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이끌던 외손녀 퇴진시키고 새 발행인에 라이언 前 폴리티코 CEO

올해 1월 말 미국 워싱턴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최고 사교 모임인 알팔파 클럽 신년 연례 만찬장에 오랜 친구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얼마 전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온 프레드 라이언(59·사진)과 타임워너의 인터넷부문 자회사인 아메리카온라인(AOL) 설립자 스티브 케이스의 아내 진 케이스였다.

혼란스러운 미디어 환경을 놓고 대화하던 중 케이스가 라이언에게 “다음에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라이언은 “워싱턴포스트(WP)의 발행인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진은 WP의 새 주인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를 소개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WP는 2일 “워싱턴포스트의 새 시대는 이 사적인 대화에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베저스는 2일 “라이언을 WP의 새 발행인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베저스는 지난달 18일 캐서린 웨이머스 현 발행인(48)에게 이 사실을 이미 통보했다. 캐서린 그레이엄 전 회장의 외손녀인 웨이머스는 최근 7년 동안 발행인으로 일해 왔다. 그의 퇴진에 따라 WP는 1933년 창업 이후 81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그레이엄 가문과 완전히 결별하는 셈이다. 베저스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WP를 지난해 8월 2억5000만 달러(약 2550억 원)에 인수한 뒤 종이신문의 편집과 디자인, 디지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

WP는 이날 장문의 인사 기사에 ‘새 발행인: 워싱턴에 인연이 많고 뉴스 산업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인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변호사 출신인 라이언은 2007년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를 창업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일정 관리와 국내외 재계 관리 담당 보좌관을 지냈고 이어 비서실장으로도 일했다.

라이언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발행인의 최우선 업무는 편집국을 지원하고 혁신 정신을 공유해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조직원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WP가 워싱턴의 유력 매체라는 사실에는 의심이 없다”며 “(새 주인 베저스가) 장기적인 혁신과 실험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가 밝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프레드 라이언#스티브 케이스#캐서린 웨이머스#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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