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암사자’ 反정부 여류시인 베흐바하니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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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암사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저항적인 시를 써온 저명 여류 시인이자 사회운동 활동가인 시민 베흐바하니(사진)가 19일 타계했다. 향년 87세.

AP통신에 따르면 베흐바하니의 아들 알리는 모친이 알츠하이머와 호흡기 질환으로 이란 테헤란의 한 병원에 입원해 2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이날 심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베흐바하니는 이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시인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베흐바하니는 14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베흐바하니의 시를 발견한 어머니는 이 시를 신문사에 보냈고, 다음 날 신문에 실릴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다.

베흐바하니는 사랑과 여성을 시의 소재로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사회적 문제에 집중했다. 1979년 이란 혁명 직후에는 정권에 도전적인 시를 써 수년 동안 출판을 금지당했다. 1990년대에는 정권의 감시를 받던 이란 작가협회에 가입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적 비판을 계속하면서 국외 여행 제한과 작품 검열 등의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이란 여성을 차별하는 법률을 국제 인권 기준에 맞춰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100만 인 서명운동에 참가하기도 했다. 같은 해에 여성의 인권 향상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자유상’을 수상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두 차례 오르기도 했던 베흐바하니의 작품은 이란 인기 가수들이 노랫말로 사용하면서 일반인들이 외울 만큼 사랑을 받았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11년 이란의 ‘누루즈’ 명절을 맞아 이란 국민에게 보내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나의 조국이여 내가 너를 다시 세울 것이다”라는 베흐바하니의 시를 인용하기도 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이란의 암사자#베흐바하니#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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