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20명 헤어디자이너로 키운 ‘소년원 아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안양소년원 미용반 멘토 노오섭씨

“아빠, 나 시비가 붙어서 경찰서에 와있어.”

“그래? ○○아, 걱정 말고 기다려. 아빠가 달려갈게.”

경기 군포시에서 ‘박준 뷰티랩’을 운영하는 노오섭 씨(60·사진)는 A 양(17)의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경찰서로 달려갔다. 노 씨는 A 양의 친아버지가 아닌 소년원 멘토다. 그는 2007년 경기 안양시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일명 안양소년원) 미용반에서 A 양을 만났다. 그의 역할은 미용 기술을 가르치는 것. 하지만 노 씨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해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A 양을 돕고 싶었다. A 양과 마주앉아 묵묵히 고민을 들어줬고, 가끔씩 사고를 치는 A 양의 뒤처리를 해 주는 등 친딸처럼 보살폈다. A 양은 노 씨의 정성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미용 기구를 손에 잡은 뒤 2012년 서울 노원구의 한 미용실에 취업해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A 양 등 정심학교 미용반 학생 대부분은 노 씨를 ‘아빠’라고 부른다. 노 씨가 매주 월요일 학교를 방문해 미용 기술을 가르치고 자신의 미용실을 현장 학습 장소로 제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체육대회, 소풍 등 모든 학교 행사에 참여하며 학생들과 함께 호흡한 결과였다.

노 씨는 “가끔 소년원에서 출소한 제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그 아이들을 타박하지 않았다. 대신 묵묵히 기다리며 미용 가위를 쥐여줬다. 그런 그를 아이들은 진심으로 ‘아빠’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올해 초 노 씨가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땐 정심학교 학생들이 직접 밤을 새우며 간호를 하기도 했다.

7년간 노 씨에게 미용 기술을 배워 관련 업계에 취업한 소년원 제자들은 20여 명. 노 씨는 그 공로로 5월 법무부로부터 ‘우수 멘토’로 선정돼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노오섭#소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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