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화폐의 에스페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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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 규모 비트코인 보유… 美 벤처투자자 로저 베어 방한

“단위당 1000달러(약 106만 원) 내외인 비트코인 가격이 수년 안에 1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의 사용처도 빠르게 늘고 있어 조만간 달러나 유로 못지않은 화폐가 될 겁니다.”

비트코인 투자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미국 유명 벤처투자자 겸 정보기술(IT) 사업가 로저 베어(35·사진)의 말이다. 그가 선지자가 사도를 상대로 연설하듯 열성적인 비트코인 홍보에 나서는 바람에 미국 언론은 그에게 ‘비트코인 예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최근 내한한 그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비트코인을 투자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해외에서는 거래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화폐의 에스페란토”라고 말했다. 세계인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에스페란토처럼 비트코인도 각종 규제, 수수료, 거래금액 및 장소의 제한 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고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뜻이다.

미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IT업계에 뛰어든 베어는 컴퓨터부품 판매업체 메모리딜러스닷컴의 최고경영자(CEO) 겸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제공하는 웹사이트 블록체인(Block chain) 등 다양한 비트코인 관련 기업의 대주주이다.

베어는 비트코인의 최대 장점이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 및 규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자발적 행동주의자(voluntarist)’로 칭한 그는 “일반인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금융위기를 맞았다. 미국인이 내는 세금의 상당 부분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인이 화폐를 찍어내면 감옥에 가고 정부가 화폐를 만들면 ‘양적완화의 마술사’라는 칭송을 받는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메모리딜러스닷컴의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도입한 뒤 개인적으로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그는 2011년 초 비트코인 가격이 단위당 1달러 내외일 때 25만 달러를 들여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했고, 투자를 지속해 현재 수십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1000달러 내외인 현재 가격을 적용하면 어림잡아도 3000억∼4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 하지만 그는 “고급 자동차나 개인용 비행기를 사기 위해 투자한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팔아 차익을 실현할 생각도 없다. 내 관심사는 오로지 더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로저 베어#비트코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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