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된 난민… 욤비 토나 “폭탄주 마신 것처럼 알딸딸해요”

동아일보 입력 2013-08-02 03:00수정 2013-08-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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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욤비 토나 씨의 인생역정
콩고민주共 키토나 왕국 왕자 → 중국 망명 → 한국서 막노동 → 광주대 조교수 임용
난민 생활 중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왕자 욤비 토나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광주대 교수로 초빙되어 광주대가 바라보이는 곳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가족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난민이 교수가 됐어요. 유엔난민기구에서 본다면 대단한 뉴스거리죠. 요즘 제 기분은 ‘폭탄주’를 마신 것처럼 알딸딸해요. 허허.”

7월 31일 광주 남구 S아파트. 전날 인천에서 광주로 이사를 온 욤비 토나 씨(46)는 짐을 정리하면서 연신 싱글벙글했다. 작고 통통한 체구의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피부색만 다를 뿐 영락없는 한국의 동네 아저씨였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구수한 한국말 표현이 술술 나왔다. 부인 쿠탈라 넬리 씨(36)도 인천에서 15평짜리 빌라에서 살다 방이 4개 딸린 40평대 아파트로 옮긴 것이 기뻐서 내내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이사 온 지 하루 만에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친해졌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난민인 욤비 씨가 광주에 새 둥지를 튼 것은 최근 광주대 자율융복합전공학부 조교수로 임용됐기 때문이다. 그는 2학기부터 교양과목 ‘인권과 평화’와 외국어를 가르친다. 대학 측이 학교 인근에 아파트를 마련해줬다.

김혁종 광주대 총장은 욤비 씨가 올해 2월 한 방송에서 난민으로 살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은 채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교수로 초빙했다. 대학 측은 난민구호단체나 인권운동단체에서 활동하고 국내 대학에서 인권 관련 특강을 한 그의 경력을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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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저 같은 사람을 (교수로) 쓰겠다고 해서 놀랐어요. 고민이 됐지만 도전하고 싶었어요. ‘욤비 토나 교수 연구실’이란 팻말을 보고 교수가 된 게 실감이 나더군요. 인생의 고비 때마다 기적같이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이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연봉을 얼마나 받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극구 사양했지만 “다른 외국인 교수들은 1년 계약인데 나는 2년 계약”이라며 웃었다.

욤비 씨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 번째로 넓은 콩고민주공 내 작은 부족 국가인 키토나 왕국의 왕자다. 왕위는 일곱 살 많은 형이 이어받았고 그는 킨샤사 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콩고민주공 정부 기관에서 일했다. 그러나 그가 속한 조직 전체가 반국가 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돼 구금됐다 2002년 가까스로 탈출해 망명길에 올랐다. 첫 망명지는 중국이었지만 콩고민주공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나라여서 다시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떠나 도착한 곳이 한국이었다.

그는 인쇄 공장, 동물사료 공장, 직물 공장을 전전하면서 설움도 많이 당했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깜○○’라거나 욕설을 매일 들었죠. 한 사장님은 새로 들어온 기계 작동법을 한 번 알려준 뒤 못 알아듣는다고 뺨을 때리고 옷 가방에 먹던 음식까지 담아 밖에 버리기도 했어요.”

욤비 씨에겐 더 높은 벽이 있었다. ‘난민 신청’이다. 회사 사장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내고 수차례 인터뷰를 했지만 번번이 불허됐고 이의 신청마저 기각됐다. 결국 행정소송을 거쳐 2008년 2월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한국에 온 지 6년 만이었다. 그해 8월 그는 콩고민주공 밀림의 오두막에서 피란민처럼 살던 가족을 한국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직장을 얻고 성공회대 아시아비정부기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올해 1월에는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도 발간했다.

욤비 씨는 난민 심사에 통과했지만 국적을 바꾸진 않았다.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다른 난민들에게도 ‘당신 나라 사정이 좋아지면 돌아가라’고 말해줍니다. 그 나라, 그 사회에 문제가 있어 난민이 된 거잖아요. 돌아가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죠.”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콩고#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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