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된 후 ‘A형 본능’ 되살아나… 확인 또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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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창업의 공신으로 최근 별도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그는 “증시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며 “오래 쌓은 노하우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좋은 회사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창업의 공신으로 최근 별도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그는 “증시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며 “오래 쌓은 노하우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좋은 회사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미래에셋금융그룹. 1990년대 들어 비(非)제조업 분야에서 창업주가 대그룹으로 키워낸 유일한 곳이다. 1997년 시작된 ‘미래에셋 신화’의 주인공은 3명이다. 박현주 회장과 ‘좌(左)현만 우(右)재상’으로 불렸던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구재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49)이다. 그랬던 구 전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을 떠났다. 금융업계에서는 펀드 운용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박 회장과의 불화설 등 갖가지 추측이 흘러 나왔지만 구 전 부회장은 아무런 말없이 떠났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돌아왔다.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라는 명함을 갖고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클라비스 사무실에서 25일 구 대표를 만났다.

○ 혼자만의 시작

미래에셋을 떠난 이유를 물었다. 구 대표는 “아, 그건…”이라며 곤혹스러워하더니 한동안 침묵했다. 다시 입을 연 구 대표는 “나중에 저녁식사를 하며 차차 이야기하자”며 웃음으로 대신했다. 박 회장의 근황을 묻자 “투자자문사 등록을 하기 전에 만났다”고 짧게 답했다.

K클라비스의 상품은 미래에셋증권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에서도 팔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 회사에 대해 물어보자 구 대표는 활기를 되찾으며 쉼 없이 말을 이어갔다.

“라틴어로 ‘클라비스’는 ‘열쇠’라는 뜻이에요. 투자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출발은 순조롭다. 증권업계가 혹독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8일부터 닷새간 판매한 랩(고객 자산을 경기에 따라 다양하게 운용하는 맞춤형 상품)이 당초 예상치(500억 원)를 훌쩍 뛰어넘은 601억 원어치나 팔려 ‘구재상 브랜드’의 파워를 보여줬다. 22일부터 한국투자증권에서 5일간 판 랩 상품에도 500억 원이 들어왔고 삼성증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랩에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자금은 40일 만에 7%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현재 중소형주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구 대표는 스스로를 “내지르기보다는 확인하고 또 확인한 뒤 행동하는 전형적인 A형 남자”라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애쓴다고 강조했다. 한 번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지만 ‘함께’가 아닌 ‘홀로’ 하는 창업은 또 다른 세계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운용은 물론이고 마케팅, 홍보 등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합니다. 너무 바빠 외롭다거나 두려움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하하.”

유도, 태권도, 검도처럼 격렬한 운동을 좋아해 인대나 근육이 찢어진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며 ‘안 다치는’ 운동을 한다.

○ “K클라비스, 자산운용사로 키울 것”

미래에셋을 떠난 후 구 대표는 5개월 동안 ‘모든 걸 내려놓고’ 쉬었다. 한 달간 유럽, 중국을 혼자 여행했고 시, 클래식 음악, 미술도 배웠다.

“뭔가를 배우면서 행복하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시는 투자와 많이 닮았더라고요. 보이는 대로 쓰면 시가 아니잖아요. 다른 걸 상상해야 하죠. 투자도 지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해 결정해야 하거든요.”

그는 내년에 코스피는 올해보다 약간 낫겠지만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덱스펀드보다는 ‘똘똘하게 운용하는’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구 대표가 요즘 관심을 갖고 보는 업종은 조선 정유 화학 철강 기계다. 중국 경기 위축으로 이른바 ‘곡소리’가 나는 업종들이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선진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결국 이 종목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은 올해 말과 내년 초 한국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투자와 소비가 회복되면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의 매력이 부각될 테니까요.”

앞으로 헤지펀드도 운용하고 해외 투자도 할 예정이다. K클라비스를 성장시킨 후 자산운용사로 전환해 공모형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그는 “펀드매니저는 투자 결과가 안 좋으면 아무리 노력했어도 ‘나쁜 사람’이 된다”며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지은 ‘골프공’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난 영원히 날아다니고 싶다/(중략)/머무름은 나에겐 죽음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미래에셋금융그룹#구재상#K클라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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