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간이식한 女軍 전미화씨의 ‘思父歌’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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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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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약한 언니 말고 나에게 이식기회 왔을때,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울부짖었어요
아빠, 포기 말고 조금만 참아요...대한민국 편지쓰기 대회 대상

지난해 가을 간이식 수술 뒤 함께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 전정수 씨와 딸 미화 씨. 딸의 간절한 소망대로 아버지가 꼭 건강을 되찾길 기원한다. 전미화 씨 제공
지난해 가을 간이식 수술 뒤 함께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 전정수 씨와 딸 미화 씨. 딸의 간절한 소망대로 아버지가 꼭 건강을 되찾길 기원한다. 전미화 씨 제공
‘사랑하는 아빠. 힘드시겠지만 절대 포기하시면 안돼요. 여군으로 살아가며 힘들어하는 저에게 아빠는 늘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말씀해 주셨지요. 저는 그 말을 믿어요. 아빠는 꼭 살아남는 강한 분이 되실 겁니다.’

급성 간경변증에 걸린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하고 아버지의 투병을 응원한 막내딸의 편지가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편지쓰기대회’에서 대상(일반부)을 탔다. 아버지는 36년간 줄곧 나라를 지킨 강인한 군인이며, 막내딸 역시 그 뒤를 따른 여군이다.

주인공은 강원 원주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중사로 복무 중인 전미화 씨(33). 전 씨는 지난해 여름을 ‘하루 종일 갑갑한 전투화를 신고 있어 누구보다 더위를 타지만 땀방울보다 눈물방울을 더 많이 흘렸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전 씨의 아버지에게 병마가 찾아온 건 지난해 여름. 갑작스럽게 병원에 실려 간 아버지는 급성 간경변증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간 이식 수술. 남은 시간은 3개월이었다. 하지만 대기자 수는 전 씨의 아버지 앞에도 수천 명이나 있었다. 전 씨는 “내가 일하고 있는, 온통 건장한 남자들로 가득한 이 부대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에 세상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씨는 일기장에 적고 또 적었다. ‘아빠, 아빠는 꼭 제가 살릴 테니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살릴게요….’ 아버지는 “딸들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할 바에는 차라리 이쯤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며 딸의 입에서 이식이라는 말조차 못 꺼내게 했지만 전 씨는 언니와 함께 몰래 간 이식 적합성 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밥을 먹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TV에서 개그 프로를 보다가도 눈물이 쏟아졌다’.

전 씨는 매일같이 ‘제발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몸이 약한 언니에게는 돌봐야 할 자녀가 있었다. 그렇게 보름 뒤, 전 씨는 업무 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감사하다”고 말하며 울었다. 아버지와 혈액형도 다르고 간의 크기도 작지만 이식을 할 수 있다고, 기적 같은 조건이라는 소식이었다.

전 씨는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또 화도 낸 끝에 한 달 만에 이식 허락을 받아냈다. 강인한 군인으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아버지는 딸의 부탁을 받아들이며 목 놓아 울었다. 그렇게 2012년 9월 14일, 딸과 아버지는 각각 13시간과 18시간이라는 긴 수술을 받았다. 전 씨는 ‘나의 간 65%가 아빠의 몸 안에 자리 잡고 그렇게 다시 새로운 생명의 기회가 열린 게 감사하고 신기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현재 전 씨의 아버지는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수술 6개월 만에 대장, 간, 폐에서 암이 발병해 투병 중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전 씨는 적었다. ‘아빠, 그래도 암 수술이 잘 끝났고 이제 남은 6개월의 항암치료만 잘 이겨내시면 더이상의 아픔은 없을 거라 확신한답니다. 저는 절대 포기하지도, 의심하지도 않아요.’ 그는 또 이런 추신도 남겼다.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서 아빠는 본인이 ET 같다고 하시는데, 늘 말씀드리지만 아빠는 두상이 예뻐서 어떤 스타일을 하셔도 미남이세요’라고.

전 씨를 포함해 14만8000여 명이 응모한 이번 편지쓰기대회에서는 전 씨 외에도 왕지현 양(저학년부·대구 대성초교), 진수정 양(고학년부·강원 주문초교), 홍유정 양(중등부·부산 덕천여중), 박준영 군(고등부·성남 보평고)이 대상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는다. 시상식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효녀#편지쓰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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