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1000권 내는게 첫 꿈이자 마지막 꿈입니다” 첫 자서전 ‘책’ 펴낸 박맹호 민음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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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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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쉰다는 것은 고문과 같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을 1000권까지 쭉 이어서 펴내는 것이 첫 꿈이자 마지막 꿈입니다,”

형형한 눈빛과 담대한 추진력. 출판인들이 떠올리는 박맹호 민음사 출판그룹 회장(79·왼쪽 사진)의 이미지다. 196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10평짜리 옥탑방에서 시작해 출판계의 역사를 새로 써온 박 회장이 자신의 출판인생을 담은 첫 자서전 ‘책’을 출간했다.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회장은 “책이 인간의 DNA를 이룬다. 사람은 책을 통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이후 일본 서적과 해적판이 판치던 대학 시절, 그는 한국의 책을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54년 시사지 ‘현대공론’에 소설을 투고해 당선된 뒤 자유당의 사사오입 개헌을 풍자한 단편 ‘자유풍속’을 1955년 신생 일간지 신춘문예에 투고했다. 결과는 ‘수석’이었지만 정치 상황 때문에 등단하지 못했다. ‘자유풍속’은 이번 자서전에 실었다. 박 회장은 “이후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펄 벅의 ‘대지’ 등을 읽고 감명을 받아 세계문학전집을 직접 펴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세계문학전집은 현재 306권까지 출판됐다.

46년 출판인생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그는 첫 번째 책 ‘요가’를 펴낸 이야기를 꺼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요가가 수입되는 첫 계기가 됐다고. “하지만 요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주현 작가의 ‘장미부인’을 쉽게 만들었더니 대번에 박살났다. 빚이 3000만 원으로 불어나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민음사는 현재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문학 인문을 넘어 아동 과학을 아우르는 출판그룹으로 성장했다. 장녀인 박상희 비룡소 대표(50)를 필두로 자녀들이 ‘2세대 경영’ 체제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박 회장은 “민음사가 가로쓰기를 시작했던 것도, 새로운 시집 판형을 내서 시 대중화에 앞장서게 된 것도 ‘반 발짝만 앞서 가자’는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새로운 흐름에 주목하고 자유롭게 책을 거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때 출판 시장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학전집#박맹호#민음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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