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취업-後진학… 대학 먼저 간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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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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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직자전형으로 두 토끼 잡은 최보배-정헌국씨

직장생활 3년째인 최보배 씨(21·여)는 내년에 한양대 응용시스템학과 신입생이 된다. 7일 합격 소식을 듣고 꿈에 부풀었다. 수업 때문에 평일 저녁과 토요일을 반납해야 하지만.

최 씨는 2009년 9월 KDB대우증권에 입사했다. 서울 일신여상 3학년 때였다. 일반고 대신 특성화고를 택하고 고교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열심히 준비한 결과였다. 금융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전산회계운용사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만 7개였다.

회사에서는 대학 졸업자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배야, 이거 엑셀로 어떻게 정리하면 되지”라고 선배들이 물을 때마다 해결사였다.

VIP 고객과 상담하면서 프라이빗뱅커(PB)가 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심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상품의 복잡한 구조를 잘 알아야 고객에게 수익성과 위험성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선배들도 공부를 적극 권유했다. 금융권은 이직이 잦으니 경력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꼭 대학에 가라고.

최 씨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한양대 응용시스템학과에 원서를 냈다. 재직자특별전형이었다. 산업체에 3년 이상 근무하면 수능 성적 없이 입학이 가능하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선취업 후진학’을 북돋우기 위해 2010년부터 도입됐다.

“남들처럼 일반계고에 갔다면 제 성적으로는 한양대에 못 갔을 거고, 그럼 지금 직장도 얻지 못했겠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고민하는 제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해요.” 최 씨는 말했다. 그러면서 “소신이 있다면 특성화고에 가라. 좋은 직장에도 들어가고 나처럼 언제든 대학 공부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사업팀에서 7년째 일하는 정헌국 씨(30)도 수시모집에서 경북대 농산업학과에 합격했다. 금호공고 자동차과를 졸업한 정 씨는 농민들이 농기계 고장이나 관리법에 대해 물어보면 술술 대답했다. 하지만 말문이 막히는 때가 있었다. 계절 상황이나 작물 종류에 따라 어떤 농기계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농사를 알지 못하니 설명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해 농업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고 선진 농업을 견학하고 싶어졌다. 농산업학과에 지원한 이유다. 그는 “배운 지식을 농민들에게 전파하고,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22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에서도 최 씨나 정 씨처럼 대학에 도전하고 싶은 특성화고 졸업자를 위한 전형이 있다. 4년제 대학 44개교, 전문대 20개교에서 4336명을 모집한다. 경력이나 자기소개서로 선발한다. 대학별 모집요강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마이스터고·특성화고 포털’(www.hifive.go.kr)을 참고하면 된다. 내년에 재직자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85개교(5160명)로 늘어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재직자전형#대입#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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