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의사회 소속 김지훤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가 베트남 떠이닌 성 떵빈 보건소에서 현지 주민에게 침을 놓고 있다. 열린의사회 제공
19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서북쪽으로 120km 떨어진 떠이닌 성의 한 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이수향 교수(38·인제대 일산 백병원)는 수술용 메스로 조심스럽게 보안응오 군(7)의 입술을 갈랐다. 흥건히 새어 나오는 피를 닦아 내며 속살을 수술용 실로 묶었다. 겨우 1cm 벌어진 입술 때문에 ‘저주받았다’며 손가락질을 받던 아이였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구순구개열(언청이·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선천성 기형)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교수는 “보 군이 더이상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술은 열린의사회가 롯데홈쇼핑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해외 의료봉사였다. 설립 16년째를 맞는 열린의사회는 81번째 해외 의료 봉사로 18일부터 3일간 베트남 떠이닌 성의 떵빈 보건소에서 긴급 구호봉사 활동을 벌였다.
한국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에 현지 보건소는 마을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성일 단장(51·성형외과 전문의)을 비롯해 산부인과, 치과 등 의사 10명, 약사 2명, 간호사와 자원봉사자까지 총 39명으로 꾸려진 의료봉사단은 약 1300명의 현지 환자를 진료했다.
섭씨 34도에 선풍기 바람조차 없는 무더위 속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진 강행군이었지만 봉사단원들은 ‘한 명이라도 더 봐야 한다’며 끼니조차 잊고 환자를 돌봤다. 진료보조 자원봉사자 김영석 씨(31·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는 “3시간씩 기다리면서도 의사를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눈을 반짝이는 환자를 보며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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