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지 말라, 더불어 살라’던 의료계의 두 별 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암과 싸우지 말라, 더불어 살라’던 의료계의 두 별 지다

■ 고창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YS의 前주치의… 50년 몸속 암 이겨내고 암환자 독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생전에 집무실에서 밝게 웃는 모습. 동아일보DB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생전에 집무실에서 밝게 웃는 모습. 동아일보DB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고창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천대 의대 명예총장)가 6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생전에 암을 3번 선고받았다. 의대를 졸업할 무렵 대장암(1957년), 서울대병원 부원장 시절 십이지장암(1982년), 김 전 대통령 주치의 시절 간암(1997년) 선고를 받았다. 50년 넘도록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살았지만 자신 또한 암 환자였다.

고인은 1960년대 후반부터 암 방사선 치료와 암 조기진단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고인의 암 철학은 ‘특별’했다. 암에 기죽지 말고, 친구처럼 살아가라는 것.

2006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은 “암 선고를 받고 절망과 불안으로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나는 배를 들춰 보여 준다. 요건 26세 때 대장암 수술 자국, 오른쪽 허리의 이건 십이지장암 수술…. 마지막으로 65세 때 발병한 간암 때는 칼을 댈 자리가 없어 중복 절개를 해야 했다고 말하면 환자들이 안심한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고인은 암과 함께 살아가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용기를 얻기 바랐다”고 말했다. 평소 고인은 “젖 먹던 힘을 다해 체력을 키워 암의 기(氣)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식(小食)보다는 고기와 채소 등 영양 잡힌 식단으로 잘 먹을 것을 권하기도 했다.

고인은 후배 의사들에게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리는 ‘개척자’이기도 했다. 제자인 정준기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고인은 핵의학, 내분비학, 의료정보학, 노인병학 등 국내에 이름도 생소한 학문 분야를 정립하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의사가 거의 없던 1970년대 초반 고인은 애플컴퓨터를 쓸 줄 알았다. 고인은 “곧 의료도 디지털화가 될 것이고 의사도 늘 변해가는 흐름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며 제자들을 독려했다.

고인은 학문간 융합에도 힘써 대한의용생체공학회, 대한의료정보학회,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창립에 기여하기도 했다. 1993∼1998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8일 오전 8시 반, 장지는 절두산 순교성지 부활의집. 02-2072-2011
■주근원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서울대 비뇨기과 창립… 고령에도 학업-후학 양성 헌신

국내 비뇨기학의 권위자인 주근원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사진)가 5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1918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경성제국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1946년 서울대 비뇨기과학교실을 창립했다. 서울대병원 제1부원장, 신장학회장 및 명예회장을 역임했고 한국배상의학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1983년 정년퇴임 이후에도 건강하게 지내다 73세가 되던 1991년 위에서 발견된 암으로 위 부분절제술을 받았다. 고인은 평소 “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암으로 인한 우울증을 막기 위해 꼭 햇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인은 고령의 나이에도 학업과 후학 양성에 대한 열정을 간직했다. 제자인 백재승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최근 비뇨기과 학회를 열 때마다 선생님이 오셔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젊은 의사들에게 늘 귀감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의료계에서 헌신한 점을 인정받아 은성충무무공훈장(1953년), 국민훈장목련장(1983년), 함남도 문화상(1991년), 대통령표창(1998년)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8일 오전 5시. 02-2072-2091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고창순#주근원#부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