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우신고 학생들이 18일 열린 체육대회에서 단체 줄넘기를 하는 모습. 이 학교는 학생들이 즐거워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점심과 저녁시간을 늘려 운동을 많이 하도록 지도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선생님!!! 줄 더 높게 돌려 주세요∼.” “하나 둘, 하나 둘, 악!!!”
줄을 넘는 학생들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환호성도 점점 커졌다. 최윤석 교사가 줄을 돌리자 학생들이 하나씩 달려들었다.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우신고 운동장에서 열린 체육대회. 전교생 930여 명과 교사 70여 명, 학부모들이 100m 달리기, 400m 계주, 줄다리기, 축구, 족구에 최소 1개씩 참여했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체육대회를 없앤 고교가 많지만 우신고는 다르다. 일부 학생만 참여하는 육상대회를 열다가 지난해부터 전교생과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는 대회로 바꿨다.
김갑중 교장은 자율형사립고인 이 학교에 2010년 11월 부임하자마자 체육을 강조했다. “학교생활이 즐거워야 컴퓨터게임 같은 데 빠지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점심과 저녁시간을 각각 80분으로 평소보다 30분 늘렸다. 학생들은 식사를 20분 만에 마치고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차며 땀을 흘렸다. 점심시간에 반별 축구 리그도 시작했다. 특히 수요일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뛴다. 유도 야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10여 개의 운동 동아리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다.
처음에는 교사와 부모 모두 걱정했다. 체육활동을 이유로 놀게 하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이 나왔다. 한바탕 뛰고 나면 몸이 피곤해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점심·저녁시간 이후에 조는 학생들은 오히려 줄었다. 김 교장은 “무엇보다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변화는 좋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모의고사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성적이 1∼3등급 이내에 든 1학년 비율은 6월보다 1∼7%포인트 늘었다.
3학년 나경성 군은 “이전에는 무조건 공부에서 도망쳐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체육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려 공부가 잘 된다”고 말했다. 3학년 조민혁 군도 “운동을 하면 잘 놀았다는 생각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학부모 이선미 씨는 “아들이 운동을 안 해 걱정이었는데 튼튼해졌고,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보다 건전하다”고 반겼다.
체육을 하면서 친구들끼리 친해지고 사제간 정도 두터워졌다. 왕따와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 이유다. 최 교사는 “체육은 서로 도와야 할 수 있는 만큼 협동심도 생기고 사이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우신, 신바람.’ 이날 학생들이 터뜨린 박에서 나온 문구다. 김 교장은 “신바람 나는 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면 공부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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