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회원국 경청 투어” 김용, 총재수업 스타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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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머스大 업무 정리
7개국 순방길 올라

2009년 9월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하나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취임한 김용 총장이 취임식 후 학생들과 활짝 웃고 있다. 26일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그의 세계은행 총재 후보 지명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동아일보DB
2009년 9월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하나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취임한 김용 총장이 취임식 후 학생들과 활짝 웃고 있다. 26일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그의 세계은행 총재 후보 지명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동아일보DB
미국이 세계은행(WB) 차기 총재로 지명해 최종 선임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WB 주요 회원국의 의견을 듣기 위한 순방길에 오른다. 김 총재는 이를 위해 26일 학교를 찾아 총장 퇴임에 따른 정리 절차를 서둘러 마쳤다.

이날 미 재무부는 김 총장이 27일부터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7개국을 11일 동안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서 김 총장은 각국 재무장관 등을 만나 향후 세계은행의 정책방향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미 재무부는 이번 방문을 ‘경청 투어(Listening Tour)’라고 설명했다. 23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은 지 4일 만에 차기 총재 수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날 김 총장은 미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다트머스대 총장 집무실로 일찍 출근해 학교 관계자들과 ‘포스트 김용’ 체제를 논의했다. 2009년 9월 22일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총장에 취임했던 그는 이날 2년 6개월 동안의 총장 업무를 정리했다. 김 총장은 뉴욕특파원단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한 것은 물론 총장 공관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을 따돌리고 2시간가량의 업무를 마친 뒤 오전 10시 반경 공관 후문을 통해 서둘러 빠져나갔다. 미리 대기해 있던 대학 순찰차에 탑승하면서도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않아 순방에 따른 준비 사항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총장 관저의 비서도 “총장은 여행 중이며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총장을 떠나보내는 다트머스대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은 환영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김 총장을 대신해 브리핑에 나선 저스틴 앤더스 다트머스대 대변인은 “우리 학교와 학생들은 김 총장의 총재 지명을 학교의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안타깝다. 영감 있고 카리스마와 비전을 갖춘 리더를 잃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장은 도전이 닥쳤을 때 주눅 들지 않는 스타일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장이 그의 댄스와 랩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띄운 것과 관련해 “그는 아주 전통적인 아이비리그 이미지와는 다른 유형의 총장이었다. 세계은행 총재로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총재상과는 다른 모습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환영과 기대 일색이었던 김 총장의 WB 총재 취임과 관련해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김 총장이 2000년 조이스 밀렌 미 윌라멧대 교수 등과 함께 펴낸 ‘성장을 위한 죽음(Dying for Growing)’이 신자유주의와 기업 주도의 성장을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뉴욕대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경제학)의 발언을 인용해 WB 총재는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데 반(反)성장 노선을 가진 첫 WB 총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저자인 밀렌 교수는 FT에 “성장이 그 자체만으로 불충분하기 때문에 성장에 따른 분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캠퍼스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은 그의 총재 취임을 반겼지만 일부 학생은 블로그 등을 통해 “총장이 학교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으며 WB 총재 취임을 위해 아이비리그 총장 자리를 이용했다”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노버(미 뉴햄프셔)=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김용#W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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