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고야 시민단체, 3·1절 앞두고 근로정신대 모임에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13년전 3·1절 소송행진 아직도 생생”

1999년 3월 1일 일본 나고야 지방법원 앞.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83·광주 서구 양동)와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이하 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68) 공동대표 등이 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은 만세운동을 한 뒤 법원에 ‘미쓰비시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접수시켰다. 양 할머니는 “3·1만세운동 열사들의 기운을 이어받아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싶어 3·1절에 맞춰 첫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지원회 회원들은 그동안 소회를 담은 편지를 29일 양 씨가 활동하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보내왔다. 이들은 편지에서 “13년 전 3·1절에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손을 잡고 행진했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또 “소녀들이 강제 연행돼 노역장에 끌려간 지 60여 년이 지나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의 책임을 밝히려고 한 재판은 법이라는 두꺼운 벽 앞에 몇 겹이 막힌 싸움 같았다”고 회고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8년 11월 해당 소송을 기각했다.

지원회는 “법원은 당시 ‘인륜에 어긋나는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배상을 명할 권한이 없다’며 할머니들의 제소를 기각했다”며 판결의 부당성을 거듭 지적했다.

지원회 회원 1000여 명 중 95%는 나고야 시민이고 나머지 5%는 일본 전역에서 참여한 양심가들이다. 회원들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소송을 도우며 재판 때마다 체류 비용을 부담했고 공동변호인단은 10년 동안 무료 변론 중이다. 이들은 매년 3월 1일 나고야에서 조촐한 기념모임을 갖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