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넘게 대통령 6명 밥 지어드렸어요”

  • 동아일보

6월 퇴임 ‘청와대 최장기근속’
남상희-서정희 구내식당 팀장

청와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은 어떤 분야의 누구일까.

각각 1985년과 88년부터 청와대에서 일해 온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실 소속의 남상희(60·여), 서정희(60·여) 팀장이 바로 그들이다. 햇수로 27년, 24년 근무한 셈이다. 이들은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6일 청와대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지 1년 뒤 구내식당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줄곧 이곳에서 대통령과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해왔다. 나이가 같아 친구가 된 이들은 오랜 세월 함께 일하면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까지 모두 6명의 대통령을 거쳤다.

이들은 환갑의 나이가 된 지금도 오전 3시 반에 일어나 5시 전에 출근하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아침 배식 시간을 맞추려면 1초도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조미료를 절대 쓰지 않고 멸치를 우려낸 국물 등을 이용해 맛을 낸다는 것이 이들의 자랑이다. 지금까지 식중독을 비롯해 위생 사고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도 이들에게는 뿌듯한 ‘기록’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워낙 칼국수를 좋아하셔서 저희가 직접 청와대에서 우리밀로 반죽한 면으로 칼국수를 만들었어요. 우리가 자주 먹기도 했죠.”(서 팀장)

“예전에는 대통령을 1년에 한두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가끔 식당에 오셔서 아무 음식이나 잘 드세요. 김윤옥 여사는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저희와 잘 통하는 것 같고요.”(남 팀장)

두 팀장은 퇴근 후에는 녹초가 돼서 밥을 하기 싫어질 정도로 일이 힘들었지만 막상 청와대를 떠나려니 아쉽다고 했다.

남 팀장은 “내 손으로 직접 밥을 지어드린 분들이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 정말 보람된다”며 “고향 같은 청와대를 떠난다는 것이 많이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청와대#구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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