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국 ‘금녀의 벽’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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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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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세무조사 전담파트에… 女사무관 전애진씨 첫 임명
혁신컨설팅단 맹활약 반영

국세청 조사국의 견고한 ‘금녀(禁女)의 문’이 열렸다. 국세청은 18일자로 복수직 서기관 및 사무관급 178명의 인사를 실시하면서 본청 조사국 조사1과 2계장에 전애진 씨(33·사진)를 임명했다.

이에 앞서 2007년 조사국 내 국제 조사과에 여성 사무관이 배치된 적이 있지만 기업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국내 조사파트에 여성을 발령한 것은 전 사무관이 처음이다. 특히 전 사무관은 조사 분야 근무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파격 인사’로 꼽힌다.

전국의 기업 세무조사를 지휘하는 본청 조사국 조사1과는 국세청 안에서 남성이 독점해온 대표적인 부서다. 업무 특성상 상명하복(上命下服) 식 문화가 강한 데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격무 탓에 최소 5년 이상의 조사 분야 경력을 갖춘 남성만이 버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강한 곳이다.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나온 전 사무관은 행정고시(재경직) 46회 출신으로 2004년 국세청에 들어온 뒤 김해세무서 납세자보호과장, 수원세무서 세원 관리2과장, 남대문세무서 징세과장 등을 거쳤다. 2006년 행정자치부 혁신컨설팅단에 파견돼 1년간 일을 하면서 부처별 혁신계획 수립 등 범정부적 혁신 확산에 기여해 이듬해 행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현동 청장은 그때부터 전 사무관의 능력과 자질을 눈여겨봤고, 이번 인사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사무관은 “국세청의 꽃 중에 꽃으로 꼽히는 조사국에서 전문성을 쌓고 싶어 자원했는데, 운 좋게 발령받게 됐다”며 “업무를 잘 배워서 국세청의 위상을 높이고 여성 후배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전 사무관 이외에 서울국세청의 이신희 운영지원과 행정계장, 김보남 운영지원과 경리계장, 한숙향 징세과 특별정리6팀장, 중부국세청 운영지원과 행정계장에 정영숙 사무관이 각각 임명되는 등 여성 사무관들이 지방 국세청 주요 보직에 전면 배치됐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업무 관련 뇌물수수 혐의 등 직원들의 잇단 비리로 홍역을 치른 국세청이 여성인력의 전진배치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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