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소녀 살린 ‘200원의 기적’

  • Array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통신업체 LG U+ 고객들 200원씩 기부
형편 어려운 김민희양 수술-치료비 지원

지방아세포종증을 앓고 있는 김민희(가명·오른쪽) 양의 어머니가 20일 오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김 양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방아세포종증을 앓고 있는 김민희(가명·오른쪽) 양의 어머니가 20일 오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김 양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방아세포종증을 앓던 김민희(가명·13) 양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지방아세포종증은 어린 지방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조직과 뼈로 빠르게 퍼지는 병이다. 실제로는 악성종양보다 전이 속도가 빠르고 약이나 방사선 치료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아 ‘악성 중의 악성’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부터 얼굴에 이 증상이 나타난 김 양은 종양을 제거하느라 얼굴의 상당 부분에서 조직과 뼈를 제거했다. 안구 뒤쪽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종양은 점점 안구를 뒤에서 밀어내며 무섭게 자랐다. 계속 방치할 경우 뇌로 전이돼 사망할 수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결국 이를 막고자 2009년 왼쪽 눈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자라고 전이되는 종양 탓에 김 양은 발병부터 최근까지 20차례가 넘는 종양 제거 및 조직 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비 및 치료비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족에게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미 수술비로 진 빚이 5000여만 원. 약품회사 창고 관리직으로 일하는 김 양의 아버지가 받는 월급 170만여 원으로 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여기에다 김 양의 아버지도 지난달 위암 중기 판정을 받았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김 양이 다시 한 번 수술을 받게 된 것은 통신업체 LG유플러스의 기부 캠페인 덕분이다. LG유플러스는 올 2월까지만 해도 가입자들이 통신비 청구서를 지로 용지 대신 모바일 청구서로 받을 경우 절감되는 비용 200원을 요금에서 깎아줬다. 그러나 3월부터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수술비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34만여 명. 금액은 7000만여 원이 적립됐다. 이 돈은 김 양은 물론이고 ‘선천성 심장병, 시청각 장애 있음’이라는 메모 한 장과 함께 버려진 6개월 된 이모 군에게 심장병 수술을 해주는 등 두 달여 동안 7명의 아이에게 ‘기적’을 선물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수술이 끝난 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잊은 채 환하게 웃었다. “저는 무슨 병에 걸리든 상관없어요. 우리 민희가 예쁜 얼굴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200원을 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