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예일-하버드 등 명문대 제쳐두고 2년제 전문대 찾아 졸업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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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키우세요”
낮은 곳 향한 오바마의 외침

“내가 여러분 나이 때 아버지 고향인 케냐를 방문했습니다. 마을에 살고 있던 할머니에게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 달라고 했더니 편지가 가득 담긴 트렁크를 열더군요. 할머니는 아버지가 미국 대학에 보내기 위해 쓴 입학지원서 30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썼던 편지와 여러분들이 대학 지원을 위해 쓴 편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회는 이처럼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29일 저녁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에서 졸업축사를 했다. 예일대나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를 제쳐두고 2년제 전문대를 직접 찾아가 졸업축사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학교 재학생은 흑인과 히스패닉 등 미국 사회 소수인종들이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재학생 국적이 180개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8개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17만 명의 재학생이 등록돼 있다. 1960년 설립돼 현재 300개의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졸업하면 바로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실용기술을 가르친다.

2020년까지 미국 대학 졸업생 비율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축사를 통해 커뮤니티 칼리지를 활성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알린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축사에서 “커뮤니티 칼리지는 21세기 경제에서 경쟁하고 이기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기술을 가르쳐주는 곳으로 중산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여러분이 오늘 받은 학위는 지금까지 투자한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것이 될 것이다. 성공한 뒤엔 다른 사람들을 끌어주라”고 격려했다.

쿠바 출신으로 1960년대 이 학교를 다닌 에두아르도 파드론 학장은 “우리 학교는 ‘꿈의 공장(dream factory)’으로 불린다”며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쿠바 출신 이민자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존 미카 공화당 하원의원(플로리다), 쿠바 태생 유명 배우 앤디 가르시아와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후손인 실베스터 스탤론도 이 학교 졸업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명예 과학 준학사 학위(honorary associate of science degree)를 받았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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