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나눔의 삶’ 잇는 김용태 신부 - 주천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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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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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활성화, 추기경도 놀라실 것”

16일로 선종 2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고 있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김용태 신부(왼쪽)와 추기경의 각막을 적출한 주천기 가톨릭대 의대 교수가 7일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에서 만났다. 액자 안에 쓰인 ‘눈은 마음의 등불’ 휘호는 김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붓글씨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6일로 선종 2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고 있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김용태 신부(왼쪽)와 추기경의 각막을 적출한 주천기 가톨릭대 의대 교수가 7일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에서 만났다. 액자 안에 쓰인 ‘눈은 마음의 등불’ 휘호는 김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붓글씨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신도 이렇게 바뀔 줄 몰랐을 거예요. 놀라면서 웃고 계실 겁니다.”(김용태 신부)

“봉사와 ‘나중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배웠죠.”(주천기 교수)

16일은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2주기. 김 추기경이 설립한 장기기증운동본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본부장이자 모금 법인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상임이사인 김용태 신부(56)와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인 가톨릭대 의대 주천기 교수(55)가 7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났다. 주 교수는 추기경의 각막 이식에 얽힌 사연과 자신의 삶을 담은 책 ‘세상을 보여줄게’를 최근 출간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말처럼 추기경의 각막 기증은 장기기증운동의 전기가 됐다. 그해 장기기증 희망자는 3만4000여 명으로 1988년 본부 설립 뒤 20년간 희망자(3만3000여 건)를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희망자가 크게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약 3만7000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장기기증은 사회적 나눔 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의 세례명은 똑같이 ‘요셉’이다. 쌍둥이 신부로 유명한 김 신부는 어려서 세례를 받았고, 개신교 신자였던 주 교수는 2008년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요셉이 됐다.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에 걸린 추기경의 ‘눈은 마음의 등불’ 휘호 앞에서 주 교수는 추기경의 각막 이식이 가능한가를 두고 긴장에 휩싸였던 순간을 회고했다.

“만약 각막 기증이 불가능했다면 장기기증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자신의 눈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으면서도 ‘안과 선생님들이 연구하고 공부 많이 해 우리 김대군 신부의 눈을 꼭 고쳐 달라’고 당부하던 추기경 모습이 생생합니다.”

김용태 신부는 “몇 년 전에는 신부들조차 ‘저승 가서 더듬더듬하면 어떡해’라는 거부감이 있었는데 추기경의 각막 기증 뒤에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게 됐다”고 말했다. 각막을 이식 받은 환자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 주 교수는 “그분은 추기경의 각막을 이식받았다는 걸 모른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980년대 초반 전체 인구의 4%대였던 가톨릭 인구는 최근 10%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추기경에게 진 가장 큰 빚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가난하게 살라’는 당부를 잊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추기경은 교회의 성장에 대해 많이 걱정했죠. 그래서 신부들에게 ‘신부답게 살라’고 엄하게 말하곤 했어요. 요즘 한국 신부들이 가장 편해요. 인건비가 비싸 신부들이 취사까지 한다는 외국에 비하면 우리 신부들은 너무 편한 생활과 사목활동에 젖어 있어요.”

주 교수는 “물질적으로 추기경이 남긴 것은 묵주 하나와 두 눈 아니냐”며 “추기경님 덕분에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추기경 사진과 ‘서로 사랑하라’는 내용의 기념 카드를 가운에 넣고 다니는 그는 “본인이 생전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도 가족의 반대로 이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장기기증은 개인을 넘어 가족과 사회의 문화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우리 사회에 신뢰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걱정도 나눴다. 지난해 8월 삼성이 바보의 나눔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함세웅 신부의 인터뷰가 한 신문에 실렸다.

“신문사에서 확인 전화가 와서 ‘받은 적 없다’고 했는데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나중 함 신부에게도 ‘받은 적 없다’고 했죠. 추기경 이름 걸고 일하는 우리를 안 믿으면 누굴 믿어요? 또 삼성이든 현대든 좋은 곳에 쓰라고 준 돈을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줬다니까 오고 있는 걸로 믿어야지. 그런데 아직 도착 안 했어요.(웃음)”(김 신부)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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