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어린이들 한국으로 초대해 소중한 추억 만들어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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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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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은초의 소망이 현실로

《에스더 구룽 양(7)을 포함한 네팔 어린이들은 한국에서 보고 접하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태어나서 바다를 처음 봤다. 배도 처음 탔다. 놀이기구로 가득한 놀이공원과 찜질방도 경험했다. 구룽 양은 “한국에서 보는 것들이 재미있다”며 “우리를 초청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들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그룹홈 ‘메리홈’에서 생활하는 친구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들을 시설이 아닌 일반 주택에서 관리인과 함께 가족처럼 살도록 한 제도다. 메리홈은 한국네팔사회복지연대(한네연)의 후원을 받는다.》

한국을 방문한 네팔 어린이들과 안은초 양(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자원봉사자들이 2일 강원 동해해양경찰서에서 독도경비함을 직접 타본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동해해양경찰서
한국을 방문한 네팔 어린이들과 안은초 양(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자원봉사자들이 2일 강원 동해해양경찰서에서 독도경비함을 직접 타본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동해해양경찰서
메리홈에 있는 어린이 8명과 자원봉사자 2명이 지난달 27일 13박 1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의 한국 나들이는 한 10대 소녀의 작은 소망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주인공은 강원 영월군에 사는 안은초 양(15). 중학 과정의 홈스쿨러(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교육과정을 밟는 학생)인 안 양은 지난해 1월 한네연의 학생부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귀국한 뒤 이들을 초청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티 없이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안 양은 네팔에서 생활하던 중 아이들과 함께 네팔에서 가장 크다는 유원지에 갔다가 놀이기구가 허술하고 동물 수도 적어 실망했다. 아이들은 즐거워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국의 놀이공원을 비롯해 넓고 행복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이때부터. 안 양은 “어른들이 생각하기엔 철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어릴 적 부모님이 만들어준 추억을 네팔의 어린이들에게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안 양은 모금활동을 ‘천사의 날개 달기’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항공요금 1004만 원을 목표로 했다. 부족한 금액과 초청 일정 등은 아버지 안정선 씨(50)가 활동하고 있는 한네연이 맡기로 했다. 안 양은 전단지를 만들어 한네연 인터넷 카페(cafe.daum.net/nekosol)에 올렸다. 모금통을 든 채 오빠의 학교 축제에 찾아갔고, 다른 학교 입학식에서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했다. 또 네팔인 모임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아는 분이 교사로 있는 학교에 가서는 교내 방송으로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1년 6개월 동안 모금액은 500여만 원.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목표액에는 못 미쳤다. 약속대로 부족한 항공요금 600여만 원을 한네연이 부담했다. 네팔 어린이들의 체류 기간에 필요한 여행 및 체험 경비 1300만 원을 마련하는 데에는 기업, 단체, 개인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

한국 일정 첫날 이들은 고려대 아이스링크와 찜질방을 방문했다.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 사이에는 마술쇼 관람, 에버랜드 방문, 동해 해경함 승선, 속초 워터파크 체험 등을 했다. 이들은 남은 기간에 기차여행, 서울 시내 구경, 영화 관람, 영월 천문대 체험 등을 한 뒤 10일 출국한다.

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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