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사자, 59년만에 아내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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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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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권오대 일병 DNA감식으로 신원 확인, 82세 부인 서태선 할머니 “꿈만 같아…”

전쟁터에 나가 숨진 남편의 시신을 찾으며 59년을 수절한 아내가 마침내 추석을 앞두고 평생 그리던 남편의 유해를 품에 안았다.

서태선 할머니(82)는 19일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믿어지지 않고 꿈만 같다”며 “시아버지께서 1951년 3월 남편의 전사통지서를 받았으나 차마 나에게 알릴 수 없어 쉬쉬했기 때문에 6년이 지나서야 전사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시골장터를 전전하면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던 고통이 남편의 유해를 찾게 돼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태선 할머니가 59년 동안 애타게 찾던 남편 고 권오대 일병(사진)은 24세 때인 1950년 10월 아내와 생후 8개월 아들을 뒤로하고 자원입대했다. 이듬해 2월 중공군의 공세로 빼앗긴 진지를 탈환하기 위해 대대적인 반격 작전에 참가했다가 전사했다.

국방부는 6·25전쟁 당시 국군 7사단 소속이었던 권 일병의 유해를 지난해 4월 강원 평창군 진부면 백적산(해발 1041m) 일대에서 발굴해 유전자(DNA) 감식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국방과학수사연구소의 DNA 감식 결과 아들 권혁만 씨(60)와 일치한 것이다.

아들 권혁만 씨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고 사진으로만 봐 왔다”며 “뒤늦게나마 유해를 찾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DNA 감식에 의한 권 일병의 신원 확인은 2008년 3월 고 강태수 일병 이후 네 번째다. 권 일병의 유해는 10월 중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발굴된 전사자 유해는 5024구(국군 4369구 포함)이며, 이 가운데 57명의 신원을 인식표와 군번 등으로 확인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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