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북미 동창회 ‘모교에 1만 달러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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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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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50여명 릴레이 행진

美차관보 지낸 전신애씨 제안

“1만 달러면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햇수로 4년째 벌써 50여 분이 기부를 이어가고 계시니….”

이화여대 대외협력처 직원들은 매년 11월 미국 50개주 동창회 지회가 모두 모이는 총동창회 북미주지회연합회가 열릴 때면 황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2007년 총동창회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萬)불 릴레이’ 때문이다.

만불 릴레이란 이화여대 북미주 동문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는 1만 달러 모교 발전기금 기부 릴레이다. 매해 북미주 총동창회가 열릴 때마다 참석한 동문들이 그 자리에서 약정서를 쓰고 1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기부하고 있는 것. 지금까지 50명이 기부해 65만여 달러가 모였다.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기금 모금이 ‘만불 릴레이’로 입소문이 난 데는 이화여대 출신 재미동포가 큰 역할을 했다. 주인공은 미국 최초의 동양계 여성 장관과 한국 여성 최초로 미연방 노동부 차관보를 지낸 이화여대 61학번 동문 전신애 씨(67·사진)다.

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의 즉흥적인 결정이 이런 기부 행렬을 이끌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2007년 11월 둘째 주 주말 동안 뉴욕에서 열린 총동창회에 참석한 전 씨는 당시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으로부터 즉석연설을 요청받았다. 두 달 전 방한해 둘러본 파주 새 캠퍼스에 대한 소감을 전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연단에 올라 새 캠퍼스를 포함한 모교 발전을 기원하는 취지의 연설을 하던 도중 전 씨는 ‘나부터 솔선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기원을 청하는 것은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기부 결심을 했고 말을 하면서 바쁘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고 한다. “얼마 전 한 방송사로부터 받은 해외동포상 상금 중 1만 달러를 모교에 기부할 생각이 났고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1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말해버렸죠”라며 전 씨는 웃었다.

‘기적’은 불과 30분 뒤에 일어났다. 연설이 끝나고 얼마 뒤 그해 총동창회를 주최한 뉴욕지회장이 전 씨에게 다가오더니 “저희 지회에서도 5명의 동문이 차관보님의 뜻을 이어 1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시간 뒤 그 수는 7명으로 늘었다. 만찬이 끝날 때쯤 총 10명이 기부해 10만 달러가 모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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