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대신 ‘노이현’… “예쁜 이름 얻었어요”

  • 동아일보

서울 서초구 귀화자 위해 무료 작명 서비스

필리핀 출신의 30대 주부
‘이롭게 빛나라’ 새이름 지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서초구청 OK민원센터에서 이동우 과장(오른쪽)이 메리안 모레노 씨에게 ‘노이현’이란 한국 이름을 지어준 뒤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초구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서초구청 OK민원센터에서 이동우 과장(오른쪽)이 메리안 모레노 씨에게 ‘노이현’이란 한국 이름을 지어준 뒤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초구
“‘메리안’은 ‘메’로 써야 하나요, ‘매’가 맞나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메리안 모레노 씨(38·여)는 관공서나 병원에 갈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들이 철이 들면 엄마 이름을 부끄러워할 것 같아 걱정도 앞선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모레노 씨는 1999년 남편 박모 씨(46)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 국적도 취득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귀화신청서를 낼 때 한국 이름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메리안 모레노’라는 이름을 그대로 썼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라 소중히 여겼기 때문.

며칠 뒤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이름과 성을 붙여 ‘메리안모레노’라고 적혀 있었다.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보니 더 이상했다. 성과 이름 사이를 한 칸 띄워 ‘메 리안모레노’로 나왔던 것. ‘메’가 성이고, ‘리안모레노’가 이름인 셈이다. 그는 “내가 몰라서 생긴 일이니 고쳐달라고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이름으로 바꾸려 했지만 작명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모레노 씨는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서울 서초구가 그와 같은 귀화자들을 위해 무료 작명서비스를 시작했던 것. 가장 먼저 신청한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초구 OK민원센터 이동우 과장(58)을 만났다. 이 과장은 공직생활을 하기 전부터 성명학을 공부한 작명 전문가다. 1998년부터 장애인, 저소득층 주민 자녀 5000여 명에게 무료로 이름을 지어줬다.

이 과장은 ‘노이현(盧利炫)’이란 이름을 모레노 씨에게 선물했다. 성은 ‘모레노’에서 따왔고 이로울 이(利), 빛날 현(炫)으로 ‘이롭게 빛나라’라는 소망을 담았다. 이 과장은 “성명학에 따르면 덕망 있고, 재물이 많으며 장수한다는 뜻”이라며 “필리핀 가족들도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쉬운 발음, 좋은 어감을 가진 글자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모레노 씨는 “부르기 쉽고, 예쁘다. 새 이름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만족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사람 누구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구청 OK민원센터나 인터넷 카페(cafe.daum.net/name7)로 신청하면 된다. 이미 귀화했지만 이름을 바꾸려는 사람은 서초구에 주소를 둬야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름을 받은 후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하면 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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