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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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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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준 씨 “작은 도움 주고 싶어”… 월급도 가난한 학생 나눠줘

조제 하무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왼쪽)과 샤나나 구스망 총리가 올해 4월 대통령 관저에서 회의를 마친 뒤 한국인 외교보좌관인 윤서준 씨(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 동티모르 대통령실
조제 하무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왼쪽)과 샤나나 구스망 총리가 올해 4월 대통령 관저에서 회의를 마친 뒤 한국인 외교보좌관인 윤서준 씨(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 동티모르 대통령실
4박 5일 일정으로 28일 방한한 동티모르의 조제 하무스오르타 대통령(60)을 방문기간 내내 그림자처럼 수행한 외교보좌관은 다름 아닌 한국인 윤서준 씨(30)다. 29일 이화여대에서 ‘우리 시대의 평화’란 주제로 열린 특강과 동티모르인의 빈곤탈출 프로그램의 하나로 YMCA가 기획한 ‘평화 커피 판매 시음회’, 김대중 대통령 묘소 방문(11월 1일) 등 하무스오르타 대통령의 모든 방한 일정도 그와 초청자인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소장 박경서 석좌교수)가 협의해 짠 것이다.

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한 윤 씨가 동티모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평소 가족의 지인과 친분이 있던 하무스오르타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작고한 부친에게서 “봉사하는 인생을 살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그는 회의 기간 오랜 식민지배와 가난에 시달려온 동티모르 역사를 듣고 이 나라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하무스오르타 대통령은 동티모르의 어려운 경제 실정을 얘기해 주며 쉬운 일이 아닐 것임을 시사했지만 그는 올해 초 동티모르에 직접 가본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

동티모르에서 일하는 외국인 보좌관은 연봉 3만∼5만 달러의 보수를 받지만 그는 이를 사양했다. 숙소 임차료와 교통비조로 주는 월 800달러도 동티모르의 가난한 대학생 8명에게 학비로 보내주고 있다. 6개월 수업료가 150∼200달러인 동티모르에서 월 100달러는 적잖은 돈이다. 한 달 생활비 150만 원은 대우증권 재직시절 모아둔 돈에서 빼내 쓴다. 저축한 돈이 많지 않아 일단 내년 말까지 봉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원한다면 더 보좌할 생각이다.

그는 199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하무스오르타 대통령을 모시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대통령은 주말이면 지방에 내려가 주민들의 고충을 경청한다. 시간이 나면 쓰레기봉투를 직접 들고 거리의 휴지 줍기에도 나선다. 대통령이 길을 나서면 어린이들이 ‘라모스(하무스의 현지 발음)’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손을 흔든다.

윤 씨는 “동티모르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은 풍부하지만 도로 항만 공항 다리 저수지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인프라 건설을 도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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