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최대산소섭취량 男 철인3종 선수와 비슷”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안나푸르나 등정 앞두고 체력테스트 합격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 서 있는 키 155cm의 ‘작은 거인’ 오은선 대장(43·블랙야크). 신호에 맞춰 서서히 걷는가 싶더니 이내 뛰기 시작했다. 뒤로 묶어 넘긴 머리가 휘날렸다. 가쁜 숨을 “후우, 후우” 내쉬며 점점 속도를 높여 달린 그는 12분 38초 만에 손을 들었다. 트레드밀은 멈췄고 검사를 지켜보던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최대 산소섭취량이 남자 철인3종 선수와 비슷하다. 안나푸르나(해발 8091m) 무산소 등반을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 완등에 도전하는 오은선 대장이 4일 오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체력 검사를 받았다. 오 대장은 14좌 완등의 마지막 봉우리인 안나푸르나 등정을 위해 14일 출국한다. 성 박사는 출국 전 오 대장의 체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검사를 제안했다.

오 대장은 고산 등반에 가장 중요한 심폐지구력 측정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트레드밀 위를 달릴 때 측정한 최대 산소섭취량(체중 kg당 1분에 최대한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량)은 63.8mL였다. 체육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인의 최대 산소섭취량은 30∼40mL. 남자 축구 선수는 평균 60.9mL, 남자 철인3종 선수는 63.7mL이다. 고지 등산을 하는 남자 평균은 57.9mL, 여자는 55.2mL로 오 대장은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심폐지구력과 달리 오 대장의 근력은 썩 좋지 못했다. 물론 일반인들보다는 낫지만 ‘철녀’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2005년 복합골절상을 당해 수술 받은 오른쪽 다리는 왼쪽에 비해 근력이 떨어졌다. 민첩성 테스트에서도 일반적으로는 빛보다 소리에 빠르게 반응하지만 오 대장은 반대였다. 지난해 8000m 고봉 4개, 올해 4개를 연달아 오르면서 쌓인 피로의 영향이었다.

오 대장은 “몸이 고산에 적응돼 있어서 그런지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에 있을 때 더 편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몸이 약해진 것이 느껴지지만 지금 회복해야 할 건 체력보다는 기력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 로얄호텔에서 ‘오은선 안나푸르나 원정대’ 발대식이 열렸다. 동료 산악인 등 100여 명이 참가해 그의 등정 성공을 기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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