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 이 발레동작은 사랑고백이에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전직 장성 등 로타리클럽 회원들
발레 강의 들으며 춤동작도 익혀
“쉽게 배울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아”

“자, 가슴에 손을 이렇게 얹고 따라해 보세요. 이게 발레에서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뜻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마임이랍니다.”(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예비역 장성 세 사람을 비롯한 중년 남자들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스쳤다. “허허, 쑥스럽구먼….” 김 단장이 말을 이어갔다. “부부 사이에 냉전이 벌어질 때 있죠? 그럴 때 부인 앞에서 이 마임을 써보시면 어떨까요?” “아니, 안하던 일 한다고 오히려 뭐라고 하지 않겠어요?(임인조·예비역 중장·전 육군사관학교 교장)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26일 오후 7시 반 서울 장충동 소피텔엠버서더호텔에서 열린 서울강북로터리클럽 창립기념회. 강북로터리클럽 회장인 김정수 씨(예비역 준장)를 비롯해 임인조 씨, 1군사령관과 전직 총무처 장관을 지냈던 이문석 씨(예비역 대장) 등 ‘별’만 8개가 모였다. 이외에도 기업체 CEO 등 다양한 이력의 인사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분위기를 일시에 바꾼 것은 행사가 끝난 뒤 이어진 이색적인 발레 강의. 먼저 발레의 탄생, 고전발레과 모던발레, 클래식과 창작발레의 차이점, 토슈즈의 종류 등 알기 쉽게 배울 수 있는 이론 강의로 시작했다. 이어 보조강사로 나선 한국체육대학 무용과 학생 5명이 시대별 의상을 입고 나와 각종 발레 동작을 선보였다. 다음은 발레마임을 배우는 시간. ‘춤을 추다’ ‘아름답다’ 등 각각 고유한 의미를 가진 마임을 직접 따라 했다. CEO도, ‘직선’에 익숙했던 장군들도 발레의 부드러운 율동을 익히며 처음에는 굳었던 표정이 조금씩 여유를 찾아갔다.
김정수 회장은 “군 생활에서 절제되고 얼마간은 건조한 생활을 이어가면서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접해보고 싶은 욕구를 항상 느껴왔다”며 “이번 수업을 통해 발레가 어렵거나 멀기만 한 장르가 아닌,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을 연 김 단장은 “발레와 관련된 간단한 지식만 알면 발레 공연을 훨씬 즐겁게 즐길 수 있다”며 “앞으로 국세청공무원 여성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발레교실을 계속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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