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가교 역할하는 학생들 길러낼 것”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베이징대 한국어과 학과장을 맡은 왕단 교수.
베이징대 한국어과 학과장을 맡은 왕단 교수.
독립학과 승격 中베이징대 한국어과 왕단 교수

“한국어는 물론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학생들을 길러내고 싶습니다.”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가 올해 처음으로 한국어과를 승격 독립시킨 뒤 처음으로 학과장을 맡은 왕단(王丹·38) 교수는 포부를 이렇게 말했다.

한 학년에 14∼16명인 한국어과에 교수진이 9명이지만 전공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것도 언어와 함께 역사와 문화, 사회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왕 교수는 설명했다.

헤이룽장(黑龍江) 성 북단 헤이허(黑河) 시 출신인 왕 교수가 한국어과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베이징대를 입학하기 위해서였다.

“베이징대에서 외국어를 전공하고 싶은데 성 전체에 한국어 전공이 2명이 배정돼 도전해보자 마음먹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왕 교수는 베이징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고 관련 저서와 공저, 논문이 20여 편이 넘는다. 함께 얘기하고 있으면 한족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다.

왕 교수는 “어렵게 독립학과를 따냈지만 갈 길이 멀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 전반을 중국 학생이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싶고, 중국 내 한국어과 교수들의 재교육도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런 분야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

왕 교수는 “오직 한국어를 잘 가르쳐 달라는 부탁만 한 채 한국의 기업과 은행에서 도서와 금전적 지원을 해주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왕 교수는 이번에 독립해 승격한 한국어과의 정식 명칭은 한국(조선)언어문화학부 또는 한국조선학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 남북한이 있는 것을 고려한 것이자 이곳 졸업생들이 남북한에 가서 남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비전을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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