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물론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학생들을 길러내고 싶습니다.”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가 올해 처음으로 한국어과를 승격 독립시킨 뒤 처음으로 학과장을 맡은 왕단(王丹·38) 교수는 포부를 이렇게 말했다.
한 학년에 14∼16명인 한국어과에 교수진이 9명이지만 전공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것도 언어와 함께 역사와 문화, 사회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왕 교수는 설명했다.
헤이룽장(黑龍江) 성 북단 헤이허(黑河) 시 출신인 왕 교수가 한국어과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베이징대를 입학하기 위해서였다.
“베이징대에서 외국어를 전공하고 싶은데 성 전체에 한국어 전공이 2명이 배정돼 도전해보자 마음먹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왕 교수는 베이징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고 관련 저서와 공저, 논문이 20여 편이 넘는다. 함께 얘기하고 있으면 한족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다.
왕 교수는 “어렵게 독립학과를 따냈지만 갈 길이 멀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 전반을 중국 학생이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싶고, 중국 내 한국어과 교수들의 재교육도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런 분야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
왕 교수는 “오직 한국어를 잘 가르쳐 달라는 부탁만 한 채 한국의 기업과 은행에서 도서와 금전적 지원을 해주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왕 교수는 이번에 독립해 승격한 한국어과의 정식 명칭은 한국(조선)언어문화학부 또는 한국조선학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 남북한이 있는 것을 고려한 것이자 이곳 졸업생들이 남북한에 가서 남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비전을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