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장애인 복지시설인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생활하는 김현군(20) 씨는 다음 달 11일 호암아트홀 독창 무대에 오를 생각에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생 직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세 살 때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 의뢰된 김 씨는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정서장애를 앓는 탓에 입양도 되지 못하고 복지타운에서 지금까지 생활해왔다.
장애인 학교를 다니면서도 과잉행동으로 친구들과 다투거나 다치는 일이 잦았던 그는 2년 전부터는 종이 쇼핑백 만드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내년 중에는 복지타운 바깥 아파트에 마련된 그룹홈에서 독립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김 씨의 정서가 순화된 것은 복지타운 내 장애인 합창단인 ‘영혼의 소리로’ 단원으로 10년간 활동한 게 밑거름이 됐다.
중증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노래는커녕 제대로 대화하기도 힘들고 노래 한 곡 외우는 데 몇 달씩 걸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성악가 박제응 씨의 자원봉사 덕분에 창단 10주년이 된 지금은 간단한 율동을 곁들인 합창 무대를 준비할 정도가 됐다.
이들은 장애 정도가 심해 집중력이나 학습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끊임없는 반복 연습으로 노래를 한 곡씩 익혀왔다.
김 씨는 다음 달 11일 오후 7시에 열리는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성가를 독창하고 막대 모양의 악기인 ‘톤차임’ 연주에도 참여한다.
단원들은 기념 공연에서 합창곡 12곡과 합주 2곡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자체적으로는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있을 것으로 보고 2곡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은 매일 합창단원들과 2시간씩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복지타운 사회복지사 박꽃송이 씨는 “현군이를 포함해 모든 단원은 합창단에 가입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주변 장애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현군이는 독창할 수준이 됐다”며 웃었다.
기념 공연에는 ‘누난(Noonan)증후군’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네 살배기 최민기 군의 독창무대도 준비됐고 기관지 절제 수술을 받아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정신지체 장애아 이강영(11) 양도 함께 무대에서 ‘영혼을 담은’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창단 이후 255회의 공연을 펼쳐온 이 합창단은 내년 6월 오스트리아에서 세계합창올림픽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국제합창대회에 초청받아 당당히 세계무대에 설 계획이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