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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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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명 북적… 구인난 中企 “인재들 보니 반갑다”
“아무리 눈을 낮춰도 취업이 잘 안돼 아예 포기하려고도 했어요. 500여 중소기업 중에서 나를 받아주는 회사가 한 곳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만남의 광장.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중소기업이업종교류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대전에 산다는 김모(35) 씨는 광장 안 벤치에 앉아 박람회 참가 회사의 개요와 직급별 연봉 등이 적힌 300여 쪽 분량의 안내 책자를 꼼꼼히 읽고 있었다.
김 씨는 “2002년 서울의 한 정보기술(IT) 회사를 그만둔 뒤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갔는데 아직까지 새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며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와 두 살 된 딸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강원대에 재학 중인 조영선(26) 씨는 “중소기업 취업이 망설여지는 이유는 회사 비전이 불확실하기 때문인데 오늘 박람회는 대기업이 직접 협력업체의 우수한 점을 설명해 줘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는 대기업이 유망한 중소 협력업체를 구직자에게 소개해 구인과 구직의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금호아시아나 두산 롯데 삼성전자 신세계 SK LS LG 하이닉스반도체 한화 현대·기아자동차 등 11개 대기업의 협력회사 120개사와 전국의 우수 중소기업 400여 개사가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젊은 구직자들에게 “지금 우리 경제를 선도하는 대기업들도 모두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도전정신을 가지고 중소기업에 들어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디아이티에 지원한 이종필(27) 씨는 “구직자 처지에서는 일반 중소기업의 사정을 잘 알 수 없었다”며 “(대기업의 입을 통해) 협력업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중소기업 취업에 뜻이 생겼다”고 말했다.
구인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도 이번 박람회를 크게 반겼다.
SK의 IT 협력업체인 하성씨앤아이의 양규환 상무는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구인 광고를 내도 소프트웨어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사업 확장을 못할 지경”이라며 “이번 기회에 중소기업에서는 만나기 힘든, 많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장은 하루 종일 3만여 명의 구직자로 북적였지만 청년실업의 짙은 그림자를 깔끔히 지워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주최 측은 “당초 1000명 정도를 현장에서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구직자가 많이 몰려 1900명 선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한동률 전경련 투자고용팀장은 “구인 기업이나 구직자의 반응이 좋으면 연말에 다시 한 번 같은 방식의 대규모 박람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박람회에 참석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을 위해 우수 중소기업의 채용 정보는 온라인상으로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