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몰던 ‘빨간 마후라’, 휠체어 선수단 수장으로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05분


‘빨간 마후라’를 두른 채 조종간을 잡고 살았다. 대한민국 공군 수장으로 있으면서도 직접 전투기를 몰았다. 40년을 영공에서 보낸 그는 군복을 벗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전투기 비행단 대신 휠체어 선수단을 지휘한다.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은 김성일(60·사진) 전 공군참모총장. 공사 20기로 지난해 4월 전역한 김 단장은 그해 11월부터 대한장애인축구협회를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이 장애인 체육과 인연을 맺은 것은 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봄.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팀 곰두리 축구단이 연습할 곳이 없다는 얘기를 접하면서였다. 충북 청주에 있는 공군사관학교 운동장을 기꺼이 개방했고 합숙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숙소와 식사를 제공했다. 그러다 장애인축구협회에서 회장을 맡아달라고 했고 한 달여 고민 끝에 수락했다.

“경기단체 회장이라면 재정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군인이었던 제가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래서 고사했는데 한번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맡았지요.”

그가 1년도 안 돼 만든 기금은 2억 원에 달한다. 지인들을 설득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장애인 체육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김 단장은 현역 시절 ‘느린 것을 두려워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말을 자주 했다.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뜻에서다.

“장애인 선수들을 바로 옆에서 보니 참 대단해요. 가슴 뭉클한 적도 많았고요. 아직 많은 사람이 장애인올림픽에 관심이 없지만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질 거라 믿어요.”

160개국이 참가하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은 9월 6일 개막한다. 한국은 금메달 13개로 종합 14위를 노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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