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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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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월 중국 옌지(延吉)에서 탈북자를 돕다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돼 이듬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주양선(가명·60·사진)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절박한 심정을 담아 이같이 호소했다. 주 씨는 본명 대신 선교활동을 위해 쓰는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
미국 일리노이 주 스코키에 사는 주 씨는 “5월 3일 이명박 대통령께도 호소의 편지를 보냈다”며 “당장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유해 송환을 직접 요청할 수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뜻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주 씨가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 씨는 “김대중 대통령께는 2000년 정상회담 당시 남편의 생사를 알려 달라는 부탁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김 목사 사건은 미국에서도 다시 논란거리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북한과 외교적 거래를 하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아래서 김 목사 문제는 거의 잊혀지고 있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한 개인의 문제 때문에 (북한 핵 문제) 합의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오바마 후보 등 일리노이 주 출신 상하원 의원 20명은 유엔 주재 북한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김 목사 신변에 관해 완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 씨는 “보도가 나가자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며 “일리노이 출신인 오바마 후보와의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주 씨에게 북한은 직장암 환자이자 대퇴부에 인공뼈를 삽입한 ‘장애인’이었던 남편을 고문하고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어둠의 땅’이다. 하지만 그는 “북한 땅에도 풍년이 들고 열매가 잘 열려 북한 인민들이 잘 먹고 잘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향이 신의주인 주 씨는 “아버지가 유언으로 ‘내 뼈를 선산에 묻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아버지 뜻을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