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시련이 부부사랑 키워줬어요”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5분


2004년 신봉재(왼쪽) 한정숙 씨 부부가 1급 장애아인 막내아들 영광 군과 함께 한 씨의 47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신봉재 씨
2004년 신봉재(왼쪽) 한정숙 씨 부부가 1급 장애아인 막내아들 영광 군과 함께 한 씨의 47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신봉재 씨
화재… 부도… 암… 뇌출혈… 그리고 장애 아들

“계속되는 시련이 저희 부부와 가족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21일 ‘제1회 부부의 날’ 기념 유공자 시상식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는 신봉재(51) 한정숙(51) 부부는 몸이 불편한 자녀 1명을 키우고 있다. 부인 한 씨도 팔다리가 불편한 뇌병변 3급 장애인이다.

1979년 결혼한 이들은 90년대 초 부부가 운영하던 냉난방기부품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큰 화상을 입으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부부는 “반년 동안 중환자실에서 수차례 피부 이식을 받으며 몸도 힘들었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음이 더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외환위기로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가 나 전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고 20년 만에 얻은 늦둥이 막내아들은 생후 20주 만에 1.11kg의 미숙아로 태어나 뇌병변 1급 장애아로 판정받았다.

2005년 한 씨는 유방암 수술 후 4개월 만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식물인간이 될 뻔했지만 가족의 극진한 간호로 상태가 호전돼 뇌병변 3급 장애판정을 받았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시련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서로 사랑하니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 가정은 내가 지켜야지요.”

현재 이 부부는 저소득층 장애아가족 아동양육 지원사업 돌봄이로 일하며 장애아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동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리는 부부의 날 시상식에서는 신 씨 부부와 결혼이민자를 위한 상담 봉사로 국제결혼 가정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킨 박재형(38) 바흐리디노바 라노(27) 씨 부부 등 부부 3쌍, 네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으로 부부가 함께 나누는 가사 및 육아를 실천한 경북 구운초등학교 송미경(36) 교사 등 개인 5명, 창원 YWCA 등 2개 단체가 건강한 부부문화 확산에 앞장선 공로로 장관 표창을 받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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