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나라에서 내 뿌리를 느꼈어요”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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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고향을 찾은 미국 및 독일 교포 자녀들이 5일 경북 영주시 선비촌에서 전통혼례 체험을 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영주=이권효 기자
부모의 고향을 찾은 미국 및 독일 교포 자녀들이 5일 경북 영주시 선비촌에서 전통혼례 체험을 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영주=이권효 기자
“경주 최씨 아빠, 안동 김씨 엄마의 고향 흙을 밟은 느낌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안과 의사로 일하는 이사벨 최(28·여) 씨는 6일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한테 늘 고향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에 내가 세상에 온 뿌리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5일 밤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수서원 옆 선비촌. 로스앤젤레스와 독일의 교포 자녀 17명은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에서 보낸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최 씨 등은 경북도와 대구대가 경북 출신 교포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의 고향을 둘러보게 하는 첫 프로그램에 참가하려고 2일 한국에 왔다.

이들은 그동안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비롯해 경주와 안동, 영주 등지를 돌며 한국을 느끼고 체험했다.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여동생과 함께 온 데알레트 야스민(28·여·초등학교 교사) 씨는 “어머니가 한국인이어서 평소에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꼭 방문하고 싶었다”며 “돌아가면 독일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수업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도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부모 세대와 달리 교포 자녀들은 한국이 마음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

독일 교포 자녀 6명을 데리고 온 재독영남교민회 김승하(62·레버쿠젠 바이엘사 근무) 회장은 “올해 5월 처음으로 영호남 교포 1000여 명이 모여 마음의 벽을 허무는 잔치를 마련했다”며 “외국에 살더라도 자녀들이 부모의 고향을 잊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북 및 전남·북 지사들의 축하 편지와 함께 독일 중부 랑겐펠트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발간되는 독일교포신문인 ‘우리신문’(5월 5일자)에 톱기사로 보도될 정도로 4만 여 독일 교포의 관심을 모았다.

경북도 이병환 통상외교팀장은 “8월에는 일본 교포의 자녀를 초청할 예정”이라며 “교포 자녀들이 한국을 ‘남의 나라’로 인식하지 않도록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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