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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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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합∼” 하고 기합을 넣을 땐 위엄이 느껴진다. 그럴 때는 ‘여자 헤라클레스’가 따로 없다. 그러나 밖에선 전혀 다르다. 얼굴엔 편안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말도 조리 있게 잘하고 유머 감각도 넘친다.
20일 국내 역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억대 연봉(3년간 계약금 1억7000만 원, 연봉 1억 원)을 받고 고양시청에 입단한 그를 만났다.
●장미란은 가볍다?
장미란은 여자 역도 최중량급(75kg 이상)의 세계 최강이다. 2년 연속 국제역도연맹 세계 랭킹 1위다. 그러나 작년 12월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그는 라이벌 무솽솽(중국)에게 밀려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 장미란의 체중은 113kg. 무솽솽은 130kg이 넘었다. 이른바 ‘덩치’에서 밀렸다. 장미란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목표로 하는 체중은 120kg.
그래서 그는 열심히 먹는다. 매끼 고기반찬이 끊이질 않고 야식도 거르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처럼 몸무게가 늘지 않는단다. 그는 “살찌우기가 빼기보다 더 힘들어요. 빼는 것은 그냥 굶으면 되지만 아무리 먹어도 몸무게는 잘 안 늘거든요”라고 말했다.
●돈 때문에 옮겼다?
원주시청에서 고양시청으로 팀을 옮기면서 장미란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옮긴다’는 시각이 부담스러웠다.
그가 바랐던 것은 체계적인 지원과 편안한 환경이었다. 전 소속팀이 그렇지 않았다기보다는 고양시청에서 더욱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저도 인간인데 많이 받을수록 좋지요. 어쨌든 1억 원의 연봉을 받아서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운동과 안 친했다?
장미란의 상지여중 친구들 중 상당수는 그가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전혀 운동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장미란은 원주공고 시절 본격적으로 역도를 시작했고 단숨에 간판선수가 됐다.
그는 “길거리를 가다 보면 남자 분들은 저를 많이 알아보세요. 그런데 여자 분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꼭 나를 알아봐 달라는 게 아니라 스포츠에 관심을 많이 가지셨으면 해요”라고 밝혔다.
남은 이야기 하나. 장미란이 처음 태어났을 때 외할아버지는 ‘미자’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이모 중 한 명의 이름이 똑같았기 때문에 ‘미란’이 됐다고.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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