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와 함께 나란히 졸업장…감개가 무량합니다"

  • 입력 2007년 2월 9일 17시 21분


"손녀와 함께 나란히 졸업장을 받아 감개가 무량합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 춤이라도 추고 싶어요…."

경북 구미 오상중학교에 다니다 졸업을 한 달 앞둔 채 6·25전쟁 학도병으로 참전, 졸업장을 받지 못했던 70대 할아버지가 54년 만에 이 학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주영덕(73·사진·경북 구미시 장천면) 씨.

그는 9일 오전 11시 구미 장천면 오상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이 학교 3학년생인 손녀 예리(16) 양과 함께 졸업장을 받았다. 고희가 넘은 그의 손에 학교 측이 꽃다발과 함께 명예졸업장을 쥐어 준 것.

6·25전쟁이 난 1950년 3월 17살의 나이로 입학한 그는 3년 과정을 마쳤으나 1953년 1월 졸업식을 한 달 가량 앞두고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이후 대전 항공병학교에서 20일 간 교육을 받은 뒤 경기도 부천의 공군 정보부대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5개월여 가량 전선을 누빈 그는 같은 해 7월 이병으로 복무 중 상부로부터 제대명령을 받았다.

당시 육군으로 복무하던 친형 두 명이 전선에서 사망, 3형제 가운데 홀로 남게 되자 군 당국이 배려를 한 것.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오상중학교와 같은 재단인 오상고의 배려로 중학교 졸업자 없이 고교에 진학해 1학년 2학기 과정부터 시작해 이 학교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 후 새마을지도자 등으로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부양해 온 그는 "마음 한 구석에 중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었다"며 "학교 측의 배려가 너무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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