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황금자할머니 4000만원 장학금 기탁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3시 00분


“그 시절은 두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어. 이젠 다 산 인생인데 돈 없어서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을 도와야지.”

재단법인 강서구장학회에 4000만 원을 기증한 황금자(82·서울 강서구 등촌동·사진) 할머니는 28일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흥남의 유리공장에서 일하다 17세 때 일본군에 의해 간도로 끌려가서 일본군 위안부로 5년 동안 지옥 같은 세월을 보냈다.

광복 후 고국에 돌아왔지만 몸을 버렸다는 생각에 가정을 꾸리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길에서 데려온 양녀마저 열 살 때 죽었다.

간도에서 있었던 기억 때문에 밤마다 환청과 망상에 시달렸으며 길을 지나는 고등학생을 일본군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3년 당시 등촌3동 동사무소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 김정환 씨가 매일 황 할머니를 찾아와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줬다.

황 할머니는 김 씨에게 “죽으면 내 재산을 주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그는 기부를 제안했다.

결국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월 74만 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월 36만 원)를 아껴 평생 모은 4000만 원을 재단법인 강서구장학회에 기증하기로 했다.

강서구는 기부금을 ‘황금자 여사 장학금’(가칭)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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