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레슬링 라이벌’ 오이도프씨-양정모씨 병상서 해후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양정모 동아대교수(오른쪽)가 병원을 방문해서 제베그 오이도프 씨와 만나는 모습. 사진 제공 한국-몽골우호협회
양정모 동아대교수(오른쪽)가 병원을 방문해서 제베그 오이도프 씨와 만나는 모습. 사진 제공 한국-몽골우호협회
몽골 체육계의 영웅인 제베그 오이도프(57) 씨가 부산을 찾았다.

한몽우호협회는 오이도프 씨가 16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강동병원에서 양쪽 팔꿈치를 무료로 수술받기 위해 10일 입국했다고 11일 밝혔다.

오이도프 씨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페더급 경기에서 한국 선수로는 건국 이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부산 출신 양정모(동아대 체육학과 교수·53) 씨에게 이기고도 벌점이 많아 은메달에 머물렀던 인물.

그는 1974년과 75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과 78년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비롯해 현역 시절 각종 국제대회에서 32개의 금메달과 8개의 은메달, 3개의 동메달을 따 몽골에서는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나 선수 시절 입은 신경 및 힘줄 손상을 20여 년 동안 방치해 손바닥에 심각한 후유장애가 발생했는데도 몽골의 의료 수준으로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던 것.

그의 이번 방문은 한몽우호협회 회원이기도 한 강동병원 강신혁 원장이 지난해 몽골 방문 때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무료로 수술해 주기로 약속하면서 이뤄졌다.

30년 전 오이도프 씨와 맞붙어 금메달을 딴 양 씨는 10일 그를 만나 위로했고, 11일에는 동아대에서 ‘세계 정상에 이르는 길’을 주제로 함께 강연도 했다.

오이도프 씨는 12일 부산시청 예방에 이어 14일에는 대한체육회 김정길 회장을 만나는 등 수술 전까지 바쁜 일정을 보낸다.

양 씨는 “그의 현란한 기술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무사히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3년 둘째딸 비양 자르갈 씨를 동아대 국제관광통상학부에 유학시킨 오이도프 씨는 ‘몽골-한국협력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는 등 부산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