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행복이죠”… 독학사 610명 빛나는 학사모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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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가의 장남으로 초등학교 졸업 후 3개의 독학사 학위를 취득한 50대 가장, 수감 생활을 하는 가운데 틈틈이 공부해 수석의 영예를 안은 30대 재소자 등 역경을 딛고 공부를 해 온 6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조규향(曺圭香)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4회 독학사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학위수여자 대표로 발표한 김기태(金基泰·50·건축업) 씨는 소문난 공부벌레다. 검정고시로 중고교 학력을 취득하고 15년간 독학으로 국문학, 농학 학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중문학 학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김 씨는 전국 독학사 중 최다 전공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김 씨는 “무언가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욕망은 나이가 들수록 더 강렬해졌다”며 “올해부터 다른 전공을 선택해 학위를 하나 더 취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표순섭(表順燮·41·사업) 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어 겨우 중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표 씨는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취득하고 이번에 국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3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번듯한 중소기업 회장인 표 씨는 “앞으로 석박사 학위까지 딴 뒤 ‘세일즈 사관학교’를 설립해 전교생을 장학금으로 공부시키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전체 수석의 영예를 안은 배모(31) 씨는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영학사 학위를 받게 된 배 씨는 교도소 내 학사고시반에서 매일 7, 8시간을 공부해 왔다.

독학사 제도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제때 공부하지 못한 사람에게 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로 1990년 도입돼 지금까지 총 9199명의 독학사가 배출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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