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박사과정 이윤영씨 아이스하키 태극마크 달아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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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저녁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 위에서 하키스틱을 휘두르는 당찬 여성이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범죄사회학을 전공하는 이윤영(29·사진) 씨다.

올해 초 박사과정을 수료해 논문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시기지만 이 씨는 저녁시간을 쪼개 매일 2시간씩 서울 태릉선수촌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대표 선수들과 함께 고강도 훈련을 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열리는 2005세계여자선수권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

이 씨가 아이스하키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 3월. 박사과정을 막 시작한 때였다.

운동과는 담 쌓고 살았던 이 씨에게 기술이 필요하고 거친 아이스하키는 어려웠다. 키 157cm에 몸무게 50kg도 안 되는 작은 체격에 10kg이 넘는 하키 장비를 걸치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러나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클럽 팀에 가입한 이 씨는 “일단 시작한 만큼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강남구 서초동 집과 학교가 있는 성북구 안암동, 그리고 일산을 전철로 오가며 열심히 아이스하키를 배웠다.

그러다 동료의 권유로 2004년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 응시했고 신승한 대표팀 감독은 이 씨의 성실성을 높이 사 대표로 발탁했다.

여자 대표팀은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수준별로 4그룹으로 나뉘는데 한국은 가장 낮은 D그룹. 대표팀은 나이 어린 홍성은(14)부터 이경선(31)까지 연령대가 폭 넓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아이스하키를 했거나 다른 운동을 하다 전환한 경우.

“앞으로도 주전으로 뛰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이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근성도 생겼습니다. 학업이 우선이긴 하지만 태극마크를 단 이상 제대로 아이스하키를 할 때까지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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